출판사 최측의농간 신동혁 대표. 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랭보의 시 ‘헛소리 1’에 이런 구절이 있습니다. ‘사랑은 다시 발명되어야 한다.’ 절판된 책을 다시 내는 저희 심정이 그와 같습니다. 읽고 싶은데 서점에서 구할 수 없는 책을 찾아 도서관과 헌책방을 헤매던 대학 시절의 경험이 결국 출판사 설립으로 이어진 셈이에요.”
최측의농간은 ‘재출간 전문 출판사’를 표방한다. 신동혁(33·사진) 대표와 편집자 안희성(30)씨에다 시간제로 일하는 관리직까지 직원은 달랑 셋. 지난해 10월 첫 책 <무를 향해 기어가는 달팽이>(박재현)로 ‘신고’를 한 데 이어 <은빛 물고기>(고형렬) <비 고인 하늘을 밟고 가는 일>(여림) <낙타는 십리 밖 물 냄새를 맡는다>(허만하)를 냈으며 지난 2일 <이연주 시전집>을 다섯번째 책으로 내놓았다. 10일 한겨레신문사에서 만난 신 대표는 “총판을 거치지 않고 서점들과 직거래를 하는데다 나온 책들의 판매 부수도 나쁘지 않아 적자는 보지 않는다”며 “장기적으로는 재출간 도서와 신간 도서 비중을 절반씩으로 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최측의농간 재출간 목록에는 김정란 평론집 <비어 있는 중심>, 로트레아몽 시집 <말도로르의 노래>, 철학자 김진석의 책 <탈형이상학과 탈변증법> <니체에서 세르까지>, 양주동 <문주반생기>, <타르콥스키의 순교 일기> 등이 포함되었다. 에른스트 블로흐의 <희망의 원리>와 마르크스의 <프랑스혁명사 3부작> 같은 절판 도서는 재출간을 위해 번역자와 기존 출판사의 의사를 확인하는 과정에서 기존 출판사가 다시 내기로 결정한 경우들이다. 신 대표는 “아쉽지는 않다. 잊힌 책들이 다시 나오게 되어 오히려 기쁘다”고 말했다.
최측의농간은 총판을 거치지 않고 전국 200여개 서점과 직거래를 한다. 도서관에도 부지런히 전화해서 새로 나온 책을 알리고, 이따금씩은 서점을 거치지 않고 출판사에 ‘현매’ 주문을 하는 독자도 있다. 그런데 출판사 이름 ‘최측의농간’은 무슨 뜻일까.
“언젠가 주식회사가 되면 ㈜최측의농간으로 불릴 것을 염두에 둔 작명입니다. 하하. 농담이구요. 올바른 가치를 지키는 책과 사람이 주최측의 농간으로 잊히는 사회가 안타까워서 이름을 그렇게 지었습니다.”
글 최재봉 기자, 사진 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출판사 최측의농간 신동혁 대표. 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