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테파니 츠바이크 <아프리카, 나의 노래>
독일의 유대계 여성 작가 슈테파니 츠바이크(73)의 자전적 소설 <아프리카, 나의 노래>가 번역돼 나왔다. 차경아 옮김, 까치 펴냄.
변호사였던 작가의 아버지는 히틀러의 유대인 박해를 피해 1938년 아프리카의 영국령 케냐로 솔가해 간다. 여섯 살 어린 나이에 낯선 땅 아프리카로 옮겨 간 작가는 전쟁이 끝나고 아버지를 따라 독일로 돌아가는 1947년까지 9년 동안 아프리카의 자연과 사람들 속에서 성장하게 된다. <아프리카, 나의 노래>는 바로 이 시기의 체험을 바탕 삼은 작품이다.
주인공인 어린 소녀 레기나는 겁쟁이에다 약골이라는 부모의 걱정을 비웃듯 낯선 환경에 훌륭하게 적응한다. 원주민의 말을 배우고 학교에 가서는 영어 역시 습득하며 뛰어난 성적을 거두기도 한다. 무엇보다 레기나는 원주민 요리사인 오부오르와 친하게 지내며 그에게서 아프리카인들 특유의 감수성과 세계관을 배워 익힌다. “말(言)의 냄새”와 “아직 오지 않은 날들의 냄새”를 맡는 오부오르는 땅에 귀를 대고 “땅의 소리를 잡는 방법”을 가르쳐 준다. 레기나는 새로 태어난 동생에게도 독일어나 영어가 아닌 아프리카 말로 첫인사를 할 정도로 갈등 없이 아프리카에 동화된다. 이에 반해 농장의 감독으로 일하게 된 아버지는 시종 라디오와 신문을 통해 고국 독일과 전쟁 동향에 촉각을 곤두세우며 언제든 ‘고향’으로 돌아갈 생각에만 사로잡혀 있다. 소설은 히틀러의 유대인 학살과 전쟁이 벌어지고 있는 유럽에서 멀리 떨어진 케냐를 배경으로 하고 있지만, 아버지가 접하는 신문과 라디오를 통해, 그리고 2차대전 발발 이후 영국령 케냐에서 벌어진 ‘적국’ 독일 이주민 억류 사건과 같은 해프닝을 통해 전쟁을 간접 조명한다.
오부오르를 비롯한 아프리카 사람들과 레기나 사이의 교감을 통해 작가는 유럽적인 것과 대비되는 아프리카적 정서 및 사고방식을 적극적으로 평가한다. 번역판 제목은 그런 취지를 담고 있다. 마지막으로, 이 작가는 역시 나치를 피해 브라질로 갔다가 자살한 유대인 작가 슈테판 츠바이크(1881~1942)와는 다른 인물이다.
최재봉 기자 b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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