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깐독서
하승우 외 지음/삶창·1만6000원 11월 촛불항쟁의 목소리를 발빠르게 모아 책으로 펴냈다. 고등학생, 쌍용차 해고노동자, 농민, 페미니스트, 교사, 광주·부산·대구 시민 등의 참여관찰기를 담았다. 광장을 찍은 여러 사진과 임옥상·이하 등 미술가들의 풍자 작품도 함께 모았다. 몇몇 시국선언문과 날짜별 시국선언단체 명단도 넣어 1차 기록물로서 의미도 더했다. <한겨레> 등 여러 매체들이 현장의 다양한 목소리를 전달한 바 있다. 학자, 지식인 등의 평가도 더불어 보도했다. 하지만, 시민 각자가 자신의 지배적 정체성에 기반해 10~20쪽씩 견해를 체계화한 글들을 엮었다는 점이 책에 기꺼이 눈길을 주게 한다. 글마다 공동체가 창출한 희망에 대한 감동과 승리의 감격이 얼마만큼씩은 배어있다. 그러나 이런 보편적인 느낌보다는 저마다 다른 정체성에서 오는 좌표의 삐걱거림이 더 호기심을 일으킨다. 해고노동자 고동민은 “백만의 함성과 환호 속에서 (…) 노동자들의 목소리는 찾을 수 없었다”며 “백만명과 노동자가 나눠진 느낌”을 토로한다. 지구지역행동네트워크 적녹보라의제행동센터장 나영은 박근혜의 실패를 “여성 대표성의 실패”로 환원하는 여성혐오적 태도들이 촛불집회에서도 드러났다고 지적한다. 하승우 녹색당 정책위원장은 “시민들에게 필요한 건 ‘지도’(指導)가 아니라 길을 찾아 나설 ‘지도’(地圖)”라고 강조한다. 지금도 진행형인 촛불항쟁은 ‘박근혜 퇴진’이라는 단일 구호 달성에서 끝나선 안되며, 다방면의 들끓는 비전을 정치 의제로 묶어내는 시민정치의 발현으로 구체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시인 백무산은 이렇게 노래한다. “광장에서는 그 누구든 어디서건/ 자신이 서 있는 그 자리가 바로 중심이기 때문이다”. 손원제 기자 wonj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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