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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 최대 골칫덩어리 ‘사드 해법’ 풀어드립니다”

등록 2017-02-21 19:25수정 2017-02-22 11:37

[짬] 안보·인권 전문가 ‘평화네트워크’ 정욱식 대표
정욱식 평화네트워크 대표.
정욱식 평화네트워크 대표.
“사드 문제만 다룬 책으로는 처음이다.” 최근 <사드의 모든 것>(유리창 펴냄)에서 정욱식(45·사진) 평화네트워크 대표는 사드(THAAD·종말단계 고고도지역방어체제. 통칭 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배치가 “한국 국익에는 백해무익하다”고 단언했다. 그는 북의 미사일 공격 등 북핵 문제 대처용으로도 “사드는 무용지물일 뿐만 아니라 오히려 북을 돕는 이적행위에 가깝다”고 강조했다.

“지난 연말 송년회에서 만난 고교 동창들이 하소연하더라. 성형외과 의사, 동대문 시장 상인, 대기업 직원 등 다양한 직업을 가진 친구들인데, ‘사드 때문에 (한중관계 나빠져) 힘들다’고. 야당 정책자문회의에서, 야권이 사드 문제에 무기력하고 대선 후보들도 이 문제로 흔들리고 있다는 걱정을 들었다.” 그래서 사드 문제를 정리한 책을 쓰기로 마음먹었다. “사드를 모르는 분들께는 좋은 입문서, 사드를 찬성하는 분들께는 다시 생각해보는 재고의 참고서, 사드에 반대하는 분들께는 논리적 지침서가 됐으면 좋겠다.”

정치인부터 상인까지 ‘힘들다’ 호소
‘사드의 모든 것’ 정리해 펴내
‘백해무익·무용지물·이적행위’ 명쾌
“찬성자도 다시 생각해볼 참고서”

‘김정남 사건’ 안보위기 명분 우려
“대선후보들 ‘사드 유예’ 선언부터”

한국에 사드가 배치되면 가장 좋아할 사람은? “아마도 미국 군수업체인 록히드마틴의 회장이 아닐까?” 그는 8조원대 차세대 전투기(F-X) 사업 때 결정단계에 있던 보잉(F-15SE)를 하루아침에 록히드마틴(F-35)으로 바꿔버린 것처럼 최근 한국의 미제 무기·장비 대규모 구입이 록히드마틴에 몰아주기식으로 진행돼 온 점을 지적했다. 사드 1개 포대가 일단 배치되면 추가 배치에 패트리엇 부대도 증강하고 이지스탄도미사일방어체제(ABMD)도 도입해야 하니 록히드마틴뿐만 아니라 “미국 군산복합체 전체가 반색할 일”이란다.

그는 다음으로 좋아할 사람으로 “아베 신조 일본 총리”를 꼽았다. “우선 사드가 일본 방어에 기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사드 포대에 포함된 엑스(X)-밴드 레이더는 기존의 일본 이지스함 및 패트리엇과도 연동될 수 있다. 더구나 한·미·일 군사정보보호약정에 이어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까지 체결한 터다. 또 하나는 한·미 양국의 사드배치 결정으로 한·중관계가 파탄나고 있기 때문이다. 아베 신조는 한국과 중국의 접근에 속을 태워왔는데, 사드 한 방으로 다 풀렸을 것이다. 손 안 대고 코 푼 정도가 아니라 박근혜가 아베의 코를 풀어준 셈이다.” 이는 한국과 경쟁관계인 일본 경제에도 호재고, 중국인 관광객도 일본으로 쏠리게 만들어 일본 관광업계도 반기고 있단다.

무엇보다 “사드 한국 배치의 가장 큰 수혜자는 북”일 것이라고 그는 말했다. “그 당연한 귀결로 남(한국)이 최대 피해자가 되는 어처구니없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면서, 정 대표는 “북핵 제재 등을 위한 국제적 합의도 (중국·러시아 등과의 갈등 때문에) 다 무너지고 사드가 그 자리를 대신 차지했다. 중국과의 사이가 틀어지고 신냉전의 양극 갈등구조가 심화되면 될수록 북의 입지만 강화된다.”고 했다.

사드가 북핵문제 해결에도, 북 미사일 방어에도 무용지물이란 사실은 “초등학생 수준의 기본상 식만으로도 알 수 있다”고 전제한 그는 “오히려 더 큰 위험을 부를 수 있는 일”인데도 국방부와 보수세력이 이를 모르거나 알면서도 애써 무시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사드가 미국에서조차 기술적 유효성을 확실히 검증받은 적이 없고, 엄청난 비용이 들어가는데다, 요격미사일을 교란하는 북의 ‘기만탄’에 속수무책이며, 남북처럼 좁은 땅에서 서로 맞붙어 ‘종심’이 짧은 지형적 특성상 최대 사거리 200㎞·최저·최고 요격고도 40~150㎞인 사드로는 북의 중거리 미사일에 대처할 수 없다는 점 등등 한계점이 이미 잘 알려져 있다는 것이다. “사드로 대한민국의 절반 이상을 지킬 수 있다는 국방부의 주장은 1차원적이고도 단세포적인 것이다.” 그래도 없는 것보다는 낫지 않느냐는 주장에 대해 그는 “없는 게 더 낫다”고 되받았다.

정 대표는 ‘사드 엑스-밴드 레이더의 탐지·추적 범위가 반경 3천㎞가 넘는다’는 시어도어 포스톨 매사추세츠공대(MIT) 교수와 조지 루이스 코넬대 선임연구원의 분석을 인용하면서 사드 배치로 인한 자국의 대미·일 군사적 억제력 무력화를 겁내는 중국의 의구심과 반발은 근거가 없는 게 아니라고 했다.

“미·일-중·러, 대국들끼리 주고받는 거래에 우리는 또 졸노릇이나 해야 하느냐”고 자탄한 그는 이를 자초한 한국 정부와 안보 전문가들의 역사 인식 결여를 비판했다. “남북관계 개선이 당위적이긴 하지만 현실적으로 안팎 여건이 녹록치 못하다. 대선 후보들이나 차기 정부가 한반도(남북) 문제를 대화로 풀겠다는 강한 메시지를 발신하고 일단 의지를 천명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 사드 배치도 적어도 1~2년 유예하고 우선 북핵 협상에 집중했으면 한다. 그 정도만이라도 일이 풀리면 중국도 북핵문제 해결에 더 적극적으로 나설 것이고 트럼프의 미국도 유연한 자세로 나오지 않겠는가.” 그는 최근 돌발한 ‘김정남 피살사건’이 한반도를 둘러싼 ‘군사력 증강 판 키우기’ 명분으로 악용될 가능성이 커졌다며 남북의 현명한 대처를 촉구했다.

고려대 정외과와 북한대학원대학 북한학 석사를 거쳐 미국 조지워싱턴대 객원연구원 등을 지낸 그는 99년 평화네트워크를 꾸린 이래 한미동맹과 북핵문제 전문가로 모두 15권의 책을 써냈다.

정 대표는 힘든 싸움을 하고 있는 지역 주민들의 (사드 반대) 투쟁에 고마움과 연대의 뜻으로, 인세를 성주와 김천의 사드배치반대 대책위원회 등에 기부하기로 했다.

글·사진 한승동 선임기자 sdh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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