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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생각

류시화가 묻고 삶이 답하다

등록 2017-02-23 19:49수정 2017-02-23 20:23

새는 날아가면서 뒤돌아보지 않는다
류시화 지음/더숲·1만4000원

류시화(사진)는 베스트셀러 시집 <그대가 곁에 있어도 나는 그대가 그립다>로 잘 알려진 시인인 동시에 <사랑하라 한번도 상처받지 않은 것처럼> 같은 잠언시집의 엮은이이자 번역가이기도 하다.

그의 신작 산문집 <새는 날아가면서 뒤돌아보지 않는다>에는 삶의 태도와 인생에 대한 깨달음을 담은 산문 51편이 실렸다. 그 자신은 “내가 묻고 삶이 답해 준 것들”이라 했다. 대학 시절 이후 방황과 모색을 거듭하면서 얻은 깨달음, 인도의 명상센터에서 만난 영적 스승들의 가르침, 스스로 찾아 읽은 책들에서 접한 일화들을 통해 현대인들에게 필요한 마음가짐과 삶의 방식을 조곤조곤 일러준다.

미국에 머물던 어느 겨울, 그는 헨리 데이비드 소로의 <월든>의 무대인 콩코드의 월든 호수를 찾아간다. 보스턴에서 콩코드로 가는 버스를 탔는데, 도착해 보니 그곳은 호수가 있는 매사추세츠주 작은 마을 콩코드가 아니라 북쪽 뉴햄프셔주 주도 콩코드 시였다. 낙담한 그는 다시 버스로 보스턴을 거쳐 이번에는 택시를 이용해 저물어 가는 콩코드 마을에 도착한다. 인적이 끊긴 호숫가를 혼자 걷던 그는 우연히 한 백인 노인과 마주치는데, 그와 류시화는 소로의 삶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 어느덧 ‘영혼의 친구’가 되었다. 이에 시인은 쓴다.

“겉으로 보면 그날 나는 먼 길을 빙 돌아서 월든 호수로 갔지만, 실제로는 그것이 그와의 만남을 향해 가는 지름길이었다. 우리는 그렇게 많은 길을 돌아 기적처럼 어떤 목적지, 혹은 어떤 사람에게 도착한다. 때로는 우회로가 지름길이다.”

류시화의 삶 자체가 방황을 통해 지름길을 찾은 여정이었다. 대학 시절 문학을 하겠다고 집과 결별하고 노숙인으로 살았으며, 졸업 뒤에도 학교와 잡지사, 출판사 등에 취직했다가 퇴사했고, 여의도의 회사에 다니다가는 <성자가 된 청소부> 원서를 읽고 그 책을 번역하겠다며 다시 사표를 냈다. 불법체류자가 되겠다고 뉴욕으로 떠났을 때에도, 인도 명상 센터로 갔을 때에도, 잠언 시집과 죽음 이야기 <인생 수업> 등을 번역했을 때에도 주변의 반응은 호의적이지 않았다. 그럼에도 그는 마음이 이끄는 대로 길을 갔고 결과는 긍정적이었다. 그는 말한다. “그 많은 우회로와 막다른 길과 무너뜨린 과거들이 없었다면 지금의 나는 없었을 것이다.”

이밖에도 “영성은 내가 모든 존재와 연결되어 있음을 깨닫는 일”, 언제 어디에서든 “가장 진실한 자신이 될 수 있는 곳”을 마련해 두라, “인생의 봄날은 언제나 지금이다”처럼 마음에 새겨두고 삶의 지표로 삼을 만한 말들이 책 곳곳에 박혀 있다.

최재봉 기자, 사진 더숲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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