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책 <100층짜리 집>의 작가 이와이 도시오. 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지난해 12월에 만난 한국의 큐레이터가 아이가 보던 책이라며 스카치테이프로 이어붙인 너덜너덜한 <100층짜리 집>(북뱅크)을 보여줬어요. 아이가 좋아해 전시회를 제안하게 됐다면서요. 감동받았죠. 3월에 개인전을 열기엔 준비 시간이 부족했지만 선뜻 응하게 되었어요.”
세계 8개국에 출간된 그림책 <100층짜리 집> 작가인 이와이 도시오(55)의 국내 첫 개인전이 8일부터 5월31일까지 열린다.(3월8일~4월2일 롯데갤러리 청량리점, 4월4일~5월7일 롯데갤러리 영등포점, 5월10~31일 롯데갤러리 일산점) ‘100층짜리 집 특별전’은 그림책의 원화와 사진자료들을 중심으로 책 제작 과정을 보여주면서 설치 조형물과 체험물들을 통해 작품을 입체적으로 즐길 수 있도록 꾸민 전시다.
7일 오전 서울 동대문구 롯데갤러리 청량리점에서 만난 이와이 작가는 “다른 나라와 달리 한국에서는 어린이 뮤지컬, 전시회 등 책과 관련한 제안이 꾸준히 들어와 신기하다”며 “한국에서 특히 내 그림책이 사랑받고 있음을 느꼈다”고 말했다.
2008년에 일본에서 출간된 <100층짜리 집>은 주인공인 도치가 하늘까지 닿는 100층짜리 집 꼭대기까지 올라가는 모험을 그린 책이다. 1~100까지 숫자를 익히면서 10층마다 각기 다른 동물들을 만날 수 있는 게 특징이다. 책이 인기를 끌면서 시리즈로 <지하 100층짜리 집> <바다 100층짜리 집>까지 출간됐다. 털이 뾰족한 고슴도치가 선인장을 먹고, 돌고래가 생선가시로 이를 닦으며, 두더지가 금맥을 캐고, 문어가 먹물로 붓글씨를 쓰는 등 각 책의 그림들은 하나씩 뜯어보면 상상력과 유머가 철철 넘친다. 세 권의 책은 일본에서는 총 250만부, 국내에서는 총 35만부가 판매됐다.
이와이 작가는 숫자에 약한 딸을 위해 이 책을 만들었다고 한다. 미디어 아티스트인 그가 처음 만든 어린이책이다. “일본의 한 아동문학 평론가는 어린이책의 요건으로 ‘두근거리게 할 것’ ‘집으로 돌아올 것’을 꼽았어요. 이 책은 만들고 보니 이 두 가지 요소를 모두 충족하게 된 것 같아요. 책장을 넘길 때마다 다양한 동물들이 나오면서 새로운 세상을 만나듯 두근거리게 하죠. 주인공이 100층까지 올라갔다가도 엘리베이터를 타는 방식으로 집에 돌아오면서는 정서적으로 안정감을 주기도 하고요. 이게 책의 인기 비결 같기도 해요.”
이달엔 그의 또다른 매력을 보여주는 책도 국내에 출간된다. 자전적 그림책인 <실수왕 도시오>(북뱅크)다. 어릴 때 실수가 많아 늘 놀림받던 자신의 이야기를 그린 책으로, 주인공도 자신의 이름을 땄다. “책에 세 명의 누나가 등장하는데 실제로 그 누나들에게 괴롭힘을 많이 당했어요. 그러나 그림책을 그리면서 추억을 떠올려보니 누나들의 애정이 느껴지더라고요. 하하하.”
그림책 <100층짜리 집> 작가 이와이 도시오. 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일본에서 학교나 유치원을 방문해 <100층짜리 집>과 관련한 장난감을 만들고 그림을 같이 그려보는 워크숍 작업도 하고 있다는 그는 앞으로도 그림책을 내면서 아이들과 소통할 수 있는 활동을 계속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8일 열리는 국내 첫 강연회에서도 한국 독자들인 아이들과 이런 워크숍을 함께 할 예정이다. “<100층짜리 집>은 어릴 때 봤던 그림책의 영향이 커요. 그림책을 읽는 것으로 끝내지 않고 아이들의 상상력을 끌어내줄 수 있는 작업들을 계속하고 싶어요.”
김미영 기자
instyl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