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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생각

지금은 ‘라디오 정치시대’

등록 2005-11-10 17:06수정 2005-11-12 00:27

지금은 ‘라디오 정치시대’ 손석희
지금은 ‘라디오 정치시대’ 손석희
시사프로 진행자 새벽 3시 눈뜨고
사회 현안 훑으며 쟁점 추적
라디오가 정치를 깨운다
생생한 정치가 새 아침을 연다
현장속 현장

#1. 국회의원 방

8일 오전 7시30분. “따르릉 따르릉.” “찰칵. 네 원희룡입니다.”

“네, 의원님. 3분 뒤에 인터뷰 들어갑니다. 잠시만 기다려 주세요. 질문 순서대로 차분히 대답해 주시면 됩니다.”

전화기를 통해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소리들이 그대로 들린다. 전화 연결이 되어 있다는 신호다. 자주 있는 일이지만, 그래도 이 순간은 긴장된다. 헛기침으로 목을 한번 풀어본다. 멀리 손석희 국장이 인터뷰 오프닝 멘트를 하고 있는 목소리가 들린다.

“의원님, 곧바로 연결합니다.” “네”. “여보세요.” 손석희 국장의 멘트가 들려온다.

#2. 표준 FM 라디오 스튜디오

녹음실 유리창 아래 커다랗게 달린 시계를 본다. 7시30분. <손석희의 시선집중> 3부 ‘집중점검’ 5분 전이다. 오늘은 원희룡 의원을 연결한다. 부지런히 전화번호를 누른다. 약간은 가라앉은 목소리로 원 의원이 받는다. 쉬는 시간에 손석희 국장에게는 다시 손본 질문지도 가져 놨다.

#3. 정치부 기자의 자동차 안

싸늘해진 새벽 공기로 자동차 시트는 얼음물을 뿌려 놓은 것처럼 차갑다. “앗, 차거.” ‘부르릉~’. 시동을 켜고 재빨리 라디오를 켠다. 정치부에 온 이후 아침 시사프로를 듣는 것은 버릇이 됐다. 아침 라디오에 출연한 의원들의 주장을 통해 그 날의 이슈를 점검해 보는 것이다. “오늘은 누가 나왔나.” 혼잣말을 해 본다. 원희룡 한나라당 의원과 연결한다고 한다. “흠. 오늘은 한나라당의 체질개선론에 대한 이야기를 하겠군.”

바야흐로, 지금은 ‘라디오 시대’다. 방송인 최유라씨와 이재용 아나운서가 걸진 입담을 자랑하는 그 프로가 아니다. 지금은 ‘라디오 정치시대’다.

라디오에서 가요와 팝송 사이에 청취자들의 사연을 뒤섞은 디제이(DJ)들이 전성기를 누리던 시절이 있었다. 팝송과 칸소네를 배경으로 깔고, 원문가사를 따옮긴 번안가사를 천천히 읽어주던 이종환씨, ‘빌보드~탑~트~웨니’라고 유난히 강하게 발음하던 김기덕씨, 저음이 부드럽던 김광한씨. 70~80년대를 풍미하던 이들의 시대가 간 뒤, 라디오는 새로운 스타들을 만들어냈다.

새로운 ‘라디오 스타’ 손석희

지난달 23일로 5주년을 맞이한 라디오(표준 FM) ‘손석희의 시선집중’의 진행자 손석희(49) 아나운서 국장. 그리고 라디오(러브 FM)의 ‘진중권의 SBS 전망대’와 제1라디오의 ‘안녕하십니까. 김인영입니다’를 진행하는 진중권(42) 교수와 김인영(47) 기자가 그들이다. 진 교수와 김 기자는 지난 5월14일과 같은 달 30일 엇비슷하게 방송을 시작했다.

이들 공중파3사의 아침 라디오 시사프로그램에서 지난 5월30일부터 7일 현재까지 인터뷰를 한 인사는 모두 줄잡아 403명이다.(맨 마지막에 시작한 ‘김인영입니다’를 기준으로 함) 이중 현직 정치인이나 정치인 출신 장관과 정당 관계자 등 정치인들은 모두 294명이었다. 72.9%. 인터뷰를 하는 10명 중 여덟명은 정치인이었다.

이유가 뭘까. 두 가지다. ‘편의성’과 ‘색깔.’ 먼저 ‘시선집중’의 김도희(44) 피디(PD)의 솔직한 답변.

“새벽에 인터뷰할 사람 찾기가 쉽지가 않아요. 반면, 정치인들은 언제든 인터뷰에 응하죠. 그리고 내용의 파급력에 비해서 방송을 두려워하거나, 인터뷰할 때 떠는 일이 없으니까요.”

‘전망대’의 이영일(45) PD의 다른 해석. “우리나라엔 공중파에 대한 중립요구가 강해요. 그런 의미에서 진중권 교수를 세운 것은 모험이에요. 중립이란 패러다임을 깨기 위해서는 정치적 색깔이 분명해야죠.” 그런 대상으로 정치인이 제격이다. 그 때문에 정치인의 출연비율은 ‘전망대’(85.2%)〉‘시선집중’(81.3%)〉‘김인영…’(54.9%) 순이다.

이 중 가장 인기있는 출연자는? 단연 노회찬 민주노동당 의원으로 3사를 통털어 무려 17번이나 나왔다. 진중권 교수 표현대로라면, 노 의원은 “복합한 문제를 간단히 요약하고, 기억에 남게 시각적인 표현을 써서” 말을 한다. 그 뒤를 열린우리당의 장영달 의원(8번)과 정세균 당의장, 유시민 의원, 전병헌 대변인, 심상정 민주노동당 수석부대표(7번)가 따르고 있다. 한나라당에서는 홍준표 의원과 이한구 의원이 6번씩 출연했다.

인기 1위는 노회찬 의원

진 교수 표현을 살리면, 유시민 의원은 “질문지가 필요없이, 모든 것이 준비된” 인터뷰 대상이다. 진 교수는 강재섭 한나라당 원내대표와 김형오 의원도 느낌이 남는 정치인으로 꼽았다. 강 대표의 어법은 은유가 강하다고 했다. 김형오 의원은 질문을 던지면 필요한 대답만 ‘톡’ 돌아오는 간결함이 강한 기억을 남겼다고 했다.

그러나 아침 6시에 시작해 8시에 마치는 고된 일을 기꺼워할 사람은 많지 않다.

김인영 기자는 보통 새벽 3시께 일어나 4시10분에 방송국에 도착한다. 인터뷰가 정치분야에서 경제, 사회, 문화까지 두루 걸치기에 공부를 게을리해서는 안 된다. 저녁 약속은 거의 안 한다.

진중권 교수도 하루 8시간을 여기에 투자한다. 머릿말과 맺음말을 직접 쓰는데, 4시간이 꼬박 걸린다고 했다. 자료를 찾아 생각을 정리한 뒤 글을 쓰는 탓이다. 오가는 시간에 방송시간을 합치면 8시간은 훌쩍 간다. 여기에 강의·강연도 해야 하고, 텔레비전 방송도 출연한다. 사람도 만나야 한다. “방송을 맡고 난 뒤, 두명 몫을 산다고 생각하고 살아갑니다.”

진행자가 이런데, 준비를 할 PD와 작가는 오죽할까.

‘시선집중’ 팀의 하루를 보자.

7일 오전 8시에 방송을 마친 손석희 국장과 함께 아침을 먹고 오전 9시께 회의를 시작한다. 국장회의에 참석하러 떠난 손 국장은 제외하고, 3명의 PD와 2명의 작가가 머리를 맞댄다. 내일 아이템과 인터뷰 대상을 정해야 한다. 조간신문을 뒤적이고, 인터넷을 검색해 봐도 신통치가 않다.

“열린우리당 내에서 민주당과의 통합론이 나오는데, 한화갑 민주당 대표의 이야기를 들어보는 것이 어떨까요.” “열린우리당 당 내부 상황에 대해 궁금해하는 이들이 많을 것 같아요. 유시민 의원이나 유인태 의원으로 하죠.” 오전 회의에서 결국 인터뷰 대상은 정하지 못했다. 점심 시간이 지난 뒤 열린 오후 회의. 열린우리당에 비해 상대적으로 느긋해 보이는 한나라당 표정을 살펴보는 것은 어떨까 하는 아이디어가 나왔다. 소장파인 원희룡 의원이 좋겠다고 자연스럽게 의견이 모였다.

진중권, 하루 8시간 투자

작가 경력 10년차인 이지영(31)씨는 2년 6개월 넘게 ‘시선집중’을 해왔지만 하루하루가 새롭다고 했다.

“제일 중요한 것은, ‘내일 아침 사람들이 가장 궁금해할 것은 뭘까’. 그리고 ‘그날 하루의 이슈로 만들어낼 수 있는 지점이 뭘까’를 찾아내는 거예요. 일간지부터 주간지, 인터넷 다 훑고, 뉴스방송 은 하루 종일 틀어놓고 사는 거죠.”

PD들의 고민은 뭘까. 방향성이다. 이른바 ‘공정이냐, 색깔이냐’는 것이다.

공영방송 인 만큼 ‘김인영…’의 안정균(44) PD는 공정성이 가장 신경이 쓰인다고 했다. “논쟁거리가 될 만한 사안은 여당 한 사람 이야기를 들어보면 야당쪽 이야기를 꼭 묶어서 들려주려고 합니다. 또한 솔직히 청취자들이 경제에 관한 관심이 많으니 가급적 경제계 인사들의 인터뷰를 많이 하죠.”

‘전망대’의 생각은 180° 다르다. “진중권 교수는 이른바 ‘조중동’ 등과 같은 보수언론과 한나라당과 같은 보수쪽에 대해서는 자신이 가지고 있는 생각을 거침없이 말합니다. 완곡하게 하는 것도 아니고, 노골적으로 하죠. 한나라당쪽으로부터 보이코트를 당한 적도 있습니다. 그러나 (진 교수에게) 중립을 요구하는 것은 (그를) 죽이는 것입니다.”

그러나 판단은 청취자들의 몫이다.

“신문기사는 솔직히 기자들의 생각이나 친소관계, 그리고 언론사의 성향에 따라 내용이 달라지는 경우가 있잖아요. 그런데 라디오를 통해 정치인의 이야기를, 그 목소리를 직접 듣게 되면 청취자들은 스스로 알아요. 뭐가 옳은지, 그른지. 우리는 그것을 가급적 생생하게 끄집어 내고, 전달하는 거죠.”(‘시선집중’의 김도희(44) PD).

어때요, 오늘 라디오 한번 켜 보실래요?

이태희 기자 herme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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