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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생각

원로 시인 김종길 명예교수 별세

등록 2017-04-02 19:20수정 2017-04-02 20:26

평이한 어조에 삶의 지혜 담은 시작
58년부터 고대 영문과서 후학 양성

김종길 시인
김종길 시인

원로 시인 김종길 고려대 명예교수가 1일 타계했다. 향년 91.

김종길 시인은 1926년 경북 안동에서 태어나 혜화전문학교를 졸업한 1947년 경향신문 신춘문예에 시 ‘성탄제’를 발표하며 등단했다. 고려대로 진학하면서 영문학으로 전공을 바꾼 그는 동국대 대학원을 거쳐 영국에서 수학한 뒤, 경북대와 청구대를 거쳐 1958년 고려대 영문학과에 부임해 1992년 정년퇴직할 때까지 후학을 양성했다. 한국시인협회장과 대한민국예술원 회원을 역임했다.

“매양 추위 속에/ 해는 가고 또 오는 거지만// 새해는 그런대로 따스하게 맞을 일이다.// 얼음장밑에서도 고기가 숨쉬고/ 파릇한 미나리 싹이/ 봄날을 꿈꾸듯// 새해는 참고/ 꿈도 좀 가지고 맞을 일이다.// (…) // 아무리 매운 추위 속에/ 한 해가 가고/ 또 올지라도// 어린것들 잇몸에 돋다나는/ 고운 이빨을 보듯// 새해는 그렇게 맞을 일이다.”(‘설날 아침에’)

대표작 ‘설날 아침에’에서 보듯 김종길의 시는 평이한 어조에 긍정적이고 원숙한 삶의 지혜를 담은 것이 특징이다. 격렬한 감정이나 감성을 억누르고 사물의 명료한 이미지와 곡진한 마음가짐을 표현한다는 점에서 그의 시는 이미지즘 계열로 분류된다. 영문학을 전공했지만 일찍부터 한학과 유교적 가르침에 익숙해 있었던 그는 영미 주지주의와 동양 정신을 결합했다는 데에서 자신만의 시학을 찾았다. 문학평론가 이남호 고려대 교수는 “젊음의 부재” 또는 “점잖음”을 김종길 시의 두드러진 특징으로 들면서 “탁월한 상상력으로 빚은 이미지의 명징성과 고전적 품격에서 비롯되는 정신적 염결성의 우아한 조화”가 김종길 시의 미덕이라고 평가한 바 있다.

김종길 시인은 <성탄제> <하회에서> <달맞이꽃> <새가 많이 짧아졌다> 같은 시집과 시론집 <시론> <진실과 언어> <시에 대하여>, 수필집 <산문> 말고도 영미 시를 한국어로 번역하거나 한국 시를 영어로 번역하는 작업 역시 활발히 했다. 인촌상, 은관문화훈장, 대한민국예술원상, 만해대상 등을 받았다.

고인은 부인 강신향씨를 지난달 21일 먼저 떠나 보내고 힘들어했다고 유족은 전했다. 유족으로 선국(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선민(숙명여대 일본학과 교수)·선경·선형·선숙(수원 영신중 교사)씨 등 2남 3녀가 있다. 빈소는 고려대 안암병원 장례식장. 발인은 4일 오전 8시30분. 070-7816-0229.

최재봉 선임기자 b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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