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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생각

공지영 “글 쓴 지 30년, 내 소설 관통하는 주제는…”

등록 2017-04-03 14:55수정 2017-04-03 19:59

“약하고 상처입은 것들 대한 지지와 연민이었다”
13년 만에 중단편 소설집 ‘할머니는 죽지 않는다’
가정 폭력·이혼·글쓰기 등 고민 담긴 자전소설도
해리성 인격장애와 악 다룬 장편도 출간 계획
소설집 <할머니는 죽지 않는다>를 낸 공지영 소설가가 3일 오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 18층 외신기자클럽에서 새 책과 관련해 열린 기자간담회에 앞서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김성광 기자 flysg2@hani.co.kr
소설집 <할머니는 죽지 않는다>를 낸 공지영 소설가가 3일 오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 18층 외신기자클럽에서 새 책과 관련해 열린 기자간담회에 앞서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김성광 기자 flysg2@hani.co.kr
작가 공지영이 소설 <할머니는 죽지 않는다>(해냄)를 펴냈다. 표제작을 포함해 중단편 다섯과 후기에 해당하는 신작 산문을 한데 묶었다. 작가는 2000년대 들어서는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 <도가니> <높고 푸른 사다리> 등 장편에 주력해온 터라 중단편을 모은 소설집으로는 <별들의 들판> 이후 13년 만이다.

“1988년 <창작과비평>에 단편을 발표하면서 등단했으니 올해로 소설을 쓴 지 30년째가 됩니다. 돌아보니 제 소설을 관통하는 주제라면 결국은 상처받은 것들, 약한 것들, 어린 것들에 대한 지지와 연민이었던 것 같아요.”

책을 내고 3일 낮 서울 태평로 한국언론회관에서 기자들과 만난 작가는 “이 책에 실린 작품들을 쓴 게 얼마 되지 않은 것 같은데 길게는 17년까지 된 작품이 있는 걸 보고 스스로도 좀 놀랐다”고 말했다.

인간과 소설에 대한 작가의 생각을 대변하는 인물이 ‘부활 무렵’의 주인공인 가사도우미 순례다. 순례는 달걀의 병아리가 힘겹게 알껍데기를 깨고 나오려는 모습을 보고 껍데기를 조금씩 떼어주는데, 자연의 순리 운운하며 그냥 내버려두라는 딸 지수를 향해 이렇게 말한다. “힘이 없으면 도와주는 게 당연하지.” 다친 짐승이나 시들어가는 식물을 되살려내는 데 특출한 능력을 발휘하는 사람 순례는 소설 말미에서 같은 얘기를 이렇게도 말한다. “한번 살게만 해주면 어떻게든 사는 거거든. 한번 살게만 해준다면….”

이런 순례와 대척점에 놓이는 인물이 표제작의 주인공 할머니다. 이 소설에서는 나이도 들 만큼 들고 의학적으로 사망 선고까지 받은 할머니가 6개월째 죽을 고비를 넘기며 살아남는 반면, 고비가 올 때마다 주변의 힘없는 사람과 짐승이 대신 목숨을 잃는 사태가 이어진다. 이 작품에 대해 작가는 “우리 사회에 신자유주의가 유입된 90년대 말부터, 늙고 강한 것들이 죽지도 않은 채 약하고 여리며 상처 입은 것들을 말살하면서 자신들의 화석화한 생명을 유지하는 기이한 모습을 우의적으로 그린 소설”이라고 설명했다.

표제작과 ‘부활 무렵’을 뺀 나머지 세 작품은 공지영이라는 이름을 지닌 소설가를 내세워 가정폭력과 이혼소송, 육아와 글쓰기에 대한 고민 등을 풀어놓는다. “내 인생은 난파했고, (…) 내 온몸은 상처들로 가득했다”(‘맨발로 글목을 돌다’) 같은 구절은 그가 소설가이기 전에 한 여성으로서 감당해야 했던 시련과 고통을 짐작하게 한다. 동시에 “아픔의 힘으로 우리는 생의 모퉁이를 돌기도 한다”(‘월춘 장구’) 같은 구절에서는 아픔과 상처를 딛고 인간적 성숙을 이룬 이의 지혜와 자부심이 느껴지기도 한다.

“책을 내느라 작품을 다시 읽어 보면서, 내가 이렇게까지 바닥으로 내려갔었구나 싶어 새삼 놀라기도 했어요. 물론 저 자신이 어리석고 약해서 상처 입은 주관적 경험이긴 하지만, 동시에 객관적이고 사회적인 보편성을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무엇보다 제가 삶의 바닥에서 책을 통해 치유받았듯이, 아직도 생의 굴곡진 모퉁이를 돌고 있는 이들이 제 소설을 읽으면서 힘을 얻기 바랍니다.”

“지난 촛불집회는 새로운 프랑스혁명과 같았고, 그 뒤 박근혜와 이재용의 구속을 통해 우리는 단군 이래 최대의 정의와 평등 실현을 보고 있다”고 말한 작가는 “해리성 인격장애와 악을 다룬 장편 ‘해리’(가제)를 올해 안에 펴낼 예정”이라고 밝혔다.

최재봉 선임기자 b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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