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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생각

왜 과학책 읽는 사람들이 늘었을까요?

등록 2017-04-07 22:14수정 2017-04-07 22:28

[토요판] 친절한 기자들
한승동
책지성팀 선임기자

과학책 읽는 한국인들이 늘었다는 얘기는 사실일까요? 사람들은 왜 과학책을 읽을까요?

문화부 도서·출판 담당기자 한승동입니다. 얼마 전 사이언스북스 창립 20돌에 맞춰 과학책 독서시장이 더욱 넓어지고 깊어졌다는 기사를 썼더니, 왜 그런지 좀 더 ‘친절하게’ 설명해보라는 주문이 떨어졌습니다. 뜻밖이라 좀 얼떨떨합니다만, 이런 주문이 떨어지는 것만 봐도 확실히 과학책에 관한 관심이 높아진 게 분명합니다.

실은 지난 연말 도서·출판계를 돌아보는 결산 기사에서도 2016년 출판계 주요 관심사 중의 하나로 과학도서 붐 얘길 썼습니다. 그때 한성봉 동아시아출판사 대표가 “이제 과학책의 대중화 시대가 온 것 같다”며 “여전히 번역서가 강세지만 국내 저작 쪽도 괄목할 만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고 한 게 기억에 남네요.

알파고와 이세돌 9단의 바둑 격돌, 유발 하라리의 <사피엔스> 등이 촉발한 인공지능·뇌과학 그리고 인간의 미래에 대한 기대와 불안, <인터스텔라> <마션> <그래비티> <컨택트> 등 에스에프(SF) 영화들의 인기도 과학책 붐에 한몫하지 않았을까요? ‘4차 산업혁명’과 정보기술 혁명으로 20년 안에 기존 직업의 47%가 사라질 거라는 예측도 떠올리게 됩니다.

그런데, 과학책 읽는 한국인들이 정말 더 많아졌을까요? 출판인들은 분명 그런 것 같다고들 했습니다. 하지만 ‘~같다’는 표현이 그렇듯, 이건 ‘감’ 차원이지 확실치는 않습니다.

교보문고 김현정 도서홍보 베스트셀러 담당자한테 부탁해 받아 본 자료는 이렇습니다. 2014년, 2015년, 2016년 3년간의 연간 과학책 판매권수 신장률은 각각 3.9%, 1.9%, 6.7%. 그리고 같은 기간 연간 판매권수에서 과학책이 차지하는 비율(점유율)은 각각 1.3%, 1.4%, 1.5%. 그러니까 전국에 30개가 넘는 영업점(매장)을 가진 교보문고 통계로는 확실히 늘고 있습니다. 꾸준히 착실하게.

사이언스북스나 승산, 반니, 동아시아, 궁리 등 과학도서 전문 출판사들 외에 대다수 출판사들이 과학책을 내는 것도 이런 추세를 반영하는 것이겠지요. 사람들은 왜 과학책을 읽을까요?

노의성 사이언스북스 주간에 따르면, 예전엔 주로 청소년과 중년 남성들이 과학책을 읽었으나 최근엔 젊은 여성 독자들이 늘고 있습니다. 노 주간은 과목간의 경계를 허문 통합교과 도입과 내년에 초등학교부터 의무화되는 ‘코딩’(컴퓨터 프로그래밍)교육 도입 등 교육과정 변화를 요인의 하나로 꼽았습니다. 반니의 배수원 부장도 그랬습니다. 배 부장은 특히 수학 관련 책들이 많이 나간다면서 반니의 경우 판매 1~3위가 모두 수학분야 책이라고 했습니다. <엄청나게 복잡하고 끔찍하게 재밌는 문제들-옥스퍼드와 케임브리지 입학시험의 고품격 수학·물리 문제>, <세상을 움직이는 수학개념 100> 등입니다. 보아하니 최근의 과학책 판매 증가에는 교육과정 변화에 민감한 학부모들의 자녀 진학·입시 걱정도 짙게 반영돼 있는 듯합니다. 그렇게 해서라도 과학책 독자가 느는 건 좋은 일 아닐까요? 판단은 여러분에게.

사람들이 과학책을 읽는 더 중요한 이유가 있습니다. 한성봉 대표는 “시대와 담론이 변했다”면서 1960년대의 대표 담론 분야가 철학이었다면 70년대는 문학, 80년대는 사회과학이었고 “지금 21세기는 과학”이랍니다. “과학 없이는 삶을, 세계를 이해할 수 없다”면서 과학이 분석의 준거틀이 됐다고 했습니다.

10년 전 최재천, 정재승, 장대익 같은 스타급 저자들의 등장과 더불어 과학책 붐이 일었다가 가라앉았던 사실을 떠올리며, 한 대표는 요즘의 과학책 붐도 낙관할 수만은 없다고 했습니다만, 제 생각엔 너무 걱정할 필요도 없을 듯합니다.

‘코페르니쿠스적 전환’ 이래 최근의 힉스 보손 등 기본입자들 규명에 이르는 과학혁명은 물질과 사람, 세상에 대한 인간의 이해를 근본적으로 바꿨고, 변화 속도는 더 빨라지고 있습니다. 여전히 난해하지만, 양자역학에 관한 지식의 편린만으로도 우리의 인식틀은 근본적으로 흔들리고 있습니다. 아침 일찍 뒷산을 헤매며 머리를 굴려봤는데, 인간은 마침내 ‘주술로부터의 해방’, 그 완성 단계에 근접한 게 아닐까요? 너무 섣부른가요?

어쨌건 그게 인간 삶에 반드시 긍정적이기만 할진 모르겠으나, 세계 구조와 자신의 정체성을 확인하고 왜 사는지 그 의미를 알고 싶다면, 과학책을 읽을 수밖에요.

sdh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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