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 이외수씨가 30일 오전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장편소설 <보복대행전문주식회사> 출간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새 작품에 관해 이야기하고 있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소설의 기능 중 하나가 세상을 맑고 밝게 만드는 것입니다. 그런데 우리 현실에서는 방부제가 돼야 할 존재들이 부패촉진제가 돼 왔다고 생각해요. 그런 대표적인 존재들에 대한 응징을 소설에 담아 봤습니다.”
소설가 이외수씨가 신작 장편소설 <보복대행전문주식회사>(전 2권, 해냄출판사)를 내고 30일 낮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기자들과 만났다. <보복대행…>은 서른살 청년 정동언이 식물들과 의사소통을 하면서 그들의 도움으로 악인들을 응징한다는 내용을 담았다. 정동언을 식물들과 소통을 할 수 있는 ‘채널러’로 설정한 데에는 10여년 동안 달의 지성체와 대화(채널링)를 했다는 작가 자신의 경험이 반영되었다.
정동언은 식물들과 소통하는 방법인 ‘염사’(念寫)를 도와주는 관목 백량금, 꽃가게 주인 한세은, 친구인 괴짜 검사 박태빈, 교직에서 물러난 뒤 지역신문을 발행하는 은사 노정건 등과 함께 ‘보복대행전문주식회사’를 꾸려 악당들을 하나씩 처단해 나간다. 고양이들의 이마에 대못을 박는 악행을 저지른 남자를 ‘제웅’ 구실을 하는 빙의목을 활용해 복수하고, 부패한 국회의원은 미치광이풀 신경독소를 이용해 응징한다. 치매 노인을 보호하기 위해 가짜 버스 정류장을 설치하는 좋은 일도 하지만, 소설의 핵심은 4대강 사업을 비호한 대학교수와 언론인 등에 대한 응징에 있다.
“우리 대한민국이 주변 강대국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면서 오늘날까지 지탱해 온 저력은 선비 정신도 양반 정신도 아니고 장인 정신에 있다고 봅니다. 장인 정신이야말로 인간을 널리 이롭게 한다는 건국이념이자 교육이념과도 통하는 것이죠. 박근혜 정권이 블랙리스트로 수많은 예술인들을 억압하고 차별한 것은 불행한 일이었습니다. 원칙이 바로 서고 도덕성을 회복하며 상식을 되찾는 나라가 되기를 바라며, 제 소설이 그에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었으면 합니다.”
그가 <장외인간> 이후 장편으로는 12년 만에 낸 <보복대행…>은 2월부터 이달 말까지 카카오페이지에 연재한 작품이다. 작가는 “서점과 종이책만이 아닌 새로운 방식으로 독자층을 확보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처음으로 모바일 플랫폼에 연재를 해 보았다”며 “특별히 발표 매체의 차이를 의식하지는 않았지만, 트위터나 페이스북 같은 에스엔에스와는 달리 독자들과 자유로운 소통은 오히려 어려웠다”고 말했다.
인간이 아닌 다른 생명체, 심지어는 외계 생명체와 의사소통을 한다는 채널링에 대한 질문이 이어지자 작가는 “증명할 도리는 없지만, 마찬가지로 그런 게 없다는 반증도 불가능한 것 아니냐”며 자신의 경험을 소개했다.
“저는 10여년간 채널링을 했습니다. 적을 때는 서너명이, 많을 때는 대여섯명이 했고, 아주 많을 때는 단체로 공개 채널링을 하기도 했어요. 제가 대화를 한 존재는 달에 사는 지성체들이었습니다. 그들의 말에 따르면 자신들은 지구보다는 과학과 철학이 1천년 정도 앞서 있고, 물질과 의식을 섞어 쓸 수 있답니다. 달에서 지구까지 3초면 올 수 있다고 하고요. 중국 인구 정도가 달 뒷면 기지에서 살고 있다고 했습니다.”
작가는 “좋은 글을 쓰기 위해서는 만물과 소통이 가능해야 한다는 생각을 늘 지니고 있다”며 “이번 소설에서 묘사한 식물과의 의사소통이 독자에게 새로운 세계를 열어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글 최재봉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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