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석제 짧은소설집 세권 나와
‘어처구니’ ‘번쩍하는’에 신작도
아이러니와 유머, 능청과 해학
‘어처구니’ ‘번쩍하는’에 신작도
아이러니와 유머, 능청과 해학
그곳에는 어처구니들이 산다
번쩍하는 황홀한 순간
성석제 지음/문학동네·각 권 1만3000원 입심 좋은 이야기꾼으로 알려진 성석제의 문학적 출발이 소설이 아닌 시였다는 사실은 흥미롭다. 그는 1986년 <문학사상> 신인상 시 부문을 받으며 등단해 1991년 첫 시집 <낯선 길에 묻다>를 내놓았다. 그의 1994년작 <그곳에는 어처구니들이 산다>는 시에서 소설로 건너가는 과도기에 놓인 전설적인 책이다. 산문시 같기도 하고 수필 같기도 하고 짧은 소설 같기도 하지만 그 셋 중 어느 하나에도 정확히 들어맞지는 않는 이 기묘한 글 뭉텅이를 가리켜 그 자신은 “내게 들어 있는 산문, 산문성을 모조리 토해내” 시만 남기겠다는 생각으로 써 본 것이라 했는데, 결과적으로는 오히려 그의 산문적 자질을 확인하는 계기가 되었다. 그 이듬해 단편 ‘내 인생의 마지막 4.5초’를 발표하며 공식적으로 소설가가 된 그의 그 뒤 행보는 수십권에 이르는 장편과 단편집, 산문집 등을 통해 확인하는 바와 같다. 장르 불문하고 성석제의 글들이 의표를 찌르는 아이러니와 유머, 능청과 해학을 큰 특징으로 한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인데, 특히 ‘짧은소설’들에서 그 진가가 여지없이 드러난다. ‘짧은’을 관형어로 쓰는 ‘짧은 소설’이 아닌, 별도의 장르로서 ‘짧은소설’이란 콩트나 장편(掌篇)으로도 불리는, 원고지 20~30장에서 짧게는 달랑 한 글자짜리(!)까지 짧은 분량으로 된 압축적인 이야기를 가리킨다. 산문 작가 성석제의 출생 신고와도 같은 <그곳에는 어처구니들이 산다>, 그리고 <재미나는 인생>(1997)과 <번쩍하는 황홀한 순간>(2003)을 한데 묶은 <번쩍하는 황홀한 순간>, <성석제의 이야기 박물지 유쾌한 발견>(2007)과 <인간적이다>(2010)의 일부 원고에다 그 뒤 쓴 최근작을 보태 엮은 <사랑하는, 너무도 사랑하는>은 성석제표 짧은소설의 알짬을 담은 선집이다.
‘짧은소설’을 모은 책 세권을 한꺼번에 낸 성석제. “글로 이야기할 수 있어 영예로웠다. 이야기 속에 등장하는 수많은 존재, 관계, 시간 들이 참으로, 진심으로 고맙다”(<사랑하는, 너무도 사랑하는> ‘작가의 말’)고 썼다. 류우종 <한겨레21> 기자 wjryu@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