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록 지음/창비교육·8500원 나의 첫 소년
손택수 지음/창비교육·8500원 창비의 교육 브랜드 창비교육이 2015년에 시작한 ‘창비청소년시선’이 최근 이정록의 <까짓것>과 손택수의 <나의 첫 소년>을 내놓으며 10권을 채웠다. 학교와 가정을 중심으로 청소년 독자의 꿈과 고민을 그들 눈높이에서 노래한 시들을 만날 수 있다. “손이 껍질 벗은 꽃게 같다/ 깁스를 풀었으니 껍질을 벗은 건 맞다/ 집게발 닮은 목발도 벗었으니까/ 신나게 탈게 숨게 찾을게/ 뽑게 마실게 뛸게 춤출게/ 거품 물고 놀아나 볼게”(‘좋은 날이니까’ 부분) 이정록의 시 ‘좋은 날이니까’는 교통사고로 입원했던 아이가 두 달 만에 퇴원해 봄 소풍을 가는 기분을 그렸다. 깁스를 푼 손이 껍질 벗은 꽃게 같다는 비유에서 시작해 ‘~게’로 끝나는 말놀이가 청소년들이 좋아하는 힙합의 라임을 닮았다. 이정록은 “아무래도 대학 입학은/ 침대나 잠꼬대가 좋겠다”(‘잠꼬대’)라거나 “이름 명(名)이라는 한자는/ 저녁 밑에 입이 있다./ 해가 지고 깜깜해지면/ 손짓할 수 없기에 이름을 부른다./ 어서 가서 저녁밥 먹자고”(‘이름을 불러 줄 때까지’)에서 보듯 말놀이를 활용한 유머를 즐겨 구사한다. “자신을 지우는 줄도 모르고 일생을 다해 지우는 일을 하고 있다.”(‘사물들-지우개’ 부분) “와장창 깨어졌을 때 존재가 드러난다. 평화와 같다.”(‘사물들-유리창’ 부분) 손택수는 사물의 특징을 날카롭게 잡아내서 뜻밖의 통찰을 끌어내는 데 능하다. 거지와 겸상하기를 거부했다가 하루 종일 밥을 굶는 벌을 받거나(‘거지 이야기’), 아버지의 연탄 수레를 미느라 손톱 밑이 새까맣던 짝을 이해하지 못했던(‘내 마음의 쿤타킨테’ ‘소년 3’) 어린 시절을 회고하는 시들도 여럿 있다. 두 시집에는 ‘문제아’라는 같은 제목 시가 나란히 실렸는가 하면 ‘생활기록부’와 ‘학생부’라는 비슷한 시도 있어 비교하면서 읽을 만하다. “두려움은 마음을 오그라뜨리고/ 발길질과 주먹을 단단하게 키우죠./ 정말 문제아가 아닌데 말이죠./ 덩치가 커진 만큼 걱정이 자란 것뿐인데,”(이정록 ‘문제아’ 부분) “나는/ 문제야/ 그러니까/ 존재 자체가/ 질문인 셈이지/ 질문을 왜 문제 삼지?/ 문제는 풀어야 하잖아”(손택수 ‘문제아’ 부분) 겉으로 드러나는 ‘문제’가 실은 존재론적 질문의 다소 거칠고 서투른 표현이라는 데에서 두 시는 통한다. 그런 그들을 생활기록부니 학생부니 하는 딱딱한 서류의 틀에 가두는 것이 적절하지 않다는 점에도 두 시인은 동의한다. “기록되는 것만 생활이 아니잖아요/ (…) / 제가 늘 책을 읽는다는 거 아시죠/ 아직은 기록보다는 생활이 중요해요/ 끝내는 생활보다 삶을 기록하는 작가가 될 거예요”(이정록 ‘생활기록부’ 부분) “학생부로 나는 설명된다/ (…) / 그건, 내가 아니다/ 가령, 토란잎에 내리는 빗소리와/ 수련잎에 내리는 빗소리를 구분할 줄 아는 나,/ 저녁노을을 보고 있으면 별 이유도 없이 슬퍼지는 나/ 이런 건 필요하지 않다”(손택수 ‘학생부’ 부분) 최재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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