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깐 독서
시모쓰키 아오이 지음, 김은모 옮김/한겨레출판·1만8000원 고전에 대한 재미난 정의 중에 하나는 ‘누구나 알지만 아무도 (끝까지) 읽지 않은 책’이다. <애거사 크리스티 완전 공략> 지은이 시모쓰키 아오이에겐 ‘추리소설의 여왕’이라 불리는 애거사 크리스티 시리즈가 그랬나보다. 추리소설 평론가였던 시모쓰키는 당연히 크리스티와 그의 대표작을 알고 있었지만 제대로 읽은 것이 없었다. 크리스티 작품들이 왜 재밌고 인기가 있는지 설명하지 못했다. 자신의 궁금증을 풀어줄 책을 찾아보았으나 없었다. 애거사 크리스티로 가는 길잡이를 자처하고 나선 까닭이다. 크리스티의 전작을 찾아서 읽었다. 장편·단편·희곡·자서전·설정노트 등 무려 99권이나 됐다. <…완전 공략>의 지은이도 99개의 평론을 쓴다. 사건의 실마리를 풀어가는 주인공들, 예를 들면 에르퀼 푸아로, 미스 마플, 토미와 터펜스 편으로 우선 나누고 그 안에서 출간된 차례로 읽으며 자신의 평을 정리했다. 긴 여행을 마친 뒤 지은이는, 느닷없는 속임수 한 방에 기대지 않고 작품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말과 행동, 서술의 기교 등이 반전이라는 충격을 위해 유기적으로 결합되어 있다는 데서 크리스티의 재미를 찾았다. 작품마다 별점을 매기고 “읽지 않고 넘어가면 절대로 안 된다. 뛰어가서 사올 것”, “당신이 애거사를 사랑한다면 말리지는 않겠다” 식으로 촌평을 덧붙인다. 크리스티 마니아라면 원작을 한 편 읽은 뒤 자신의 감상과 시모쓰키의 평을 비교해보는 것도 좋겠다. 지은이가 수고를 마다하지 않았으니 그의 별점과 짧은 유혹을 따라 대표작만 섭렵해도 그만이다. 김보협 기자 bh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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