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문화 책&생각

“헌책방지기가 오토바이로 세계서점순례 하는 까닭은”

등록 2017-08-07 19:42수정 2017-08-07 20:59

[짬] 진주 중고서점 ‘소소책방’ 조경국씨

2015년 가을 일본 책방 여행 중 후쿠오카의 이리에 서점에서 찍었다.
2015년 가을 일본 책방 여행 중 후쿠오카의 이리에 서점에서 찍었다.

조경국(43)씨는 4년 전 경남 진주에 중고서점 ‘소소책방’을 열면서 세가지 버킷리스트를 정했다. 콧수염 기르기, 오토바이 면허증 따기, 책방 찾아 세계여행 하기가 그것이다. 책방은 아직 ‘비즈니스’로서 답을 찾지 못하고 있다. 하루에 팔리는 책은 열 손가락으로 셀 정도다. 그동안 책방 이사도 두차례나 했다. 하지만 버킷리스트는 차근차근 이뤄내고 있다. 재작년 가을엔 오토바이를 타고 26일 동안 일본을 여행했다. 주행거리만 6200㎞다. 물론 서점을 찾아서다. 최근 일본 책방 여행기 <오토바이로, 일본 책방-어느 헌책방 라이더의 고난극복 서점순례 버라이어티>를 펴낸 조씨를 지난 4일 전화로 만났다.

한국에서 온 오토바이 여행자가 일본에서 머물 수 있는 시간은 30일이었다. 일본 최북단 홋카이도를 찍고 출발지 시모노세키항으로 시간에 맞춰 돌아오기 위해선 부지런히 달려야 했다. 고속도로는 통행료가 비싸 국도를 탔다. 꼬박 24시간 동안 618㎞를 달려 교토에 도착한 뒤엔 오토바이와 함께 “푹 고꾸라지기도 했다”. 홋카이도에선 평생 맞은 양과 맞먹는 비에 젖기도 했다.

4년 전 기자 접고 세계서점기행 시작
배낭 메고 7개월간 중국~싱가포르
헌책방 열고 오토바이로 전국일주

재작년 26일간 일본순례기 최근 출간
“단골 많은 동네서점들 보니 부러워”
내년 봄 시베리아 거쳐 포르투갈 계획

“내년 4월엔 시베리아를 횡단해 포르투갈 포르투에 있는 렐루 서점까지 오토바이 여행을 할 계획입니다.” 여행 기간은 5개월, 경비는 700만원을 예상하고 있다. 일본 여행엔 270만원가량 들었다. 렐루 서점은 <해리 포터> 작가 조앤 롤링이 자주 드나들며 영감을 얻었다는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책방’이다.

그는 책방을 열기 9개월 전인 2013년 2월에도 렐루 서점을 목적지로 한 세계 책방 기행을 한 적이 있다. 당시는 오토바이 면허증을 따기 전이었다. 중국 칭다오에서 시작한 이 배낭여행은 싱가포르에서 멈췄다. 1년 계획이었으나 사정이 생겨 7개월 만에 귀국했다.

‘헌책방지기’ 조씨가 가장 행복할 때는 ‘오토바이를 몰고 다른 책방을 찾아갈 때’다. 책방을 열고 다음해에 배기량 125㏄ 이상 오토바이를 몰기 위해 필요한 2종 소형 면허증을 땄다. 그리고 그해 일주일 동안 전국 헌책방 기행을 했다.

아는 선배에게 책방을 맡기고 일본을 찾은 건 홋카이도의 이와타 서점을 보고 싶어서다. 우연히 신문에서 이 서점 사장이 기획한 ‘1만엔 선서’ 관련 기사를 읽었다. 서점 주인이 고객의 독서 취향을 인터뷰해 직접 1만엔어치 책을 구입해 우편으로 보내주는 서비스다. 한산한 헌책방 주인장의 귀를 솔깃하게 한 영업 노하우였다.

이와타 서점을 목적지이자 반환지로 삼은 그는 일본 여행 기간에 후쿠오카, 교토, 도쿄, 히로시마 등의 소문난 동네서점을 찾아다녔다. 교토 게이분샤(혜문사) 이치조지점에선 아늑한 서재에 들어와 있는 듯 아름답고 편안한 공간 구성에 감탄했다. 도쿄에선 책 대신 라이프스타일을 파는 전략으로 성공을 거둔 대형서점 다이칸야마 쓰타야점을 찾아 1층에 전시된 기념비적 오토바이를 보고 입이 벌어지기도 했다. “일본은 동네책방에 의외로 손님들이 많더군요. 동네 단골이 많은 게 부러웠어요.”

교토의 소문난 동네서점 ‘게이분샤 이치조지점’.
교토의 소문난 동네서점 ‘게이분샤 이치조지점’.

그는 지금 친구가 하는 게스트하우스 1층을 빌려 책방을 하고 있다. 나중에 전세로 전환한다는 조건으로 월 10만원씩 임대료를 내고 있다.

“헌책방을 열면서 온라인 판매를 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세웠어요. 동네 밀착형 헌책방을 하고 싶어서죠.” 하지만 꿈과 현실의 괴리는 크다. “대부분 헌책방들이 온라인 판매로 수입의 80% 정도를 올려요.” 책방 수입이 많지 않아 책을 편집하거나 하청을 받아 기사를 쓰는 일을 따로 한다. 도서관이나 구청에서 사진 관련 강의를 하기도 한다.

경남 하동에서 태어난 그가 헌책방과 인연을 맺은 건 중3 때부터다. “<마이컴>이나 <피시라인> 같은 컴퓨터 잡지 과월호를 구입하기 위해서였죠. 지금은 사라진 진주 중앙서점을 자주 드나들었어요.”

헌책방을 내기 전엔 진주의 아내·아이들과 떨어져 홀로 서울생활을 했다. <오마이뉴스>와 사진잡지 <포토넷> 등에서 일했다. <포토넷>에서 일할 땐 사진집으론 드물게 20쇄까지 찍은 <윤미네 집> 복간본 편집 작업에 참여했다.

“책방을 열 때 8천권가량 책을 소장하고 있었어요. 지금은 2천권가량 늘었죠.” 소소책방의 자랑은 1500권가량 되는 사진집이다. “가장 아끼는 책은 강운구 작가의 마을 3부작과 고 김영갑 작가의 마라도 사진집입니다.” 만화나 오토바이 관련 실용서도 많다. 지금은 ‘그림 그리기’를 주제로 한 책을 열심히 모으고 있다.

어린 시절 그의 아버지는 당시 희귀했던 1974년형 ‘혼다 CB250’ 오토바이의 빨간 연료통 위에 아들을 태우고 도로를 질주하곤 했다. 하지만 아버지는 아들이 자라 오토바이에 입문하는 걸 강하게 반대했다. 나이 들면 무릎에 바람이 들어 고생한다는 이유에서였다.

남편의 오토바이 여행에 아내는 어떤 반응일까? “경상대 같은 과 동기인 아내와 8년 연애를 했어요. 제가 어떤 사람인지 너무나 잘 알아 쉽게 허락을 해주는 것 같아요.” 아내는 대학 행정직원으로 일하고 있다. 헌책방지기의 로망을 꿈꾸는 이들에게 조언을 부탁했다. “서울에서는 도저히 못 버텼을 겁니다. 지방이어서 가게 유지 비용이 부담스럽지 않아 하고 있는 거죠. 지방으로 눈을 돌리면 가능하지 않을까요.”

그는 도서정가제를 제대로 하는 게 동네서점이나 헌책방에 모두 좋다고 했다. “독일은 책 판매 마진이 40% 이상이라고 해요. 그 정도 돼야 동네책방이 유지됩니다.”

강성만 선임기자 sungman@hani.co.kr, 사진 조경국씨 제공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문화 많이 보는 기사

‘의인 김재규’ 옆에 섰던 인권변호사의 회고록 1.

‘의인 김재규’ 옆에 섰던 인권변호사의 회고록

‘너의 유토피아’ 정보라 작가의 ‘투쟁’을 질투하다 2.

‘너의 유토피아’ 정보라 작가의 ‘투쟁’을 질투하다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 억대 선인세 영·미에 수출…“이례적” 3.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 억대 선인세 영·미에 수출…“이례적”

노래로 확장한 ‘원영적 사고’…아이브의 거침없는 1위 질주 4.

노래로 확장한 ‘원영적 사고’…아이브의 거침없는 1위 질주

9년 만에 연극 무대 선 김강우 “2시간 하프마라톤 뛰는 느낌” 5.

9년 만에 연극 무대 선 김강우 “2시간 하프마라톤 뛰는 느낌”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