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짬] ‘도가니’ 100쇄 찍은, 공지영 작가
공지영 작가의 소설 <도가니>(창비)가 100쇄를 찍었다.
<도가니>는 광주 인화원에서 청각장애 학생들을 상대로 벌어진 성폭력 사건을 다룬 소설로 2009년 출간돼 지금까지 83만부가 팔렸다. 2011년 영화로도 개봉해 466만 관객을 동원하는 등 전사회적 공분을 일으켜, 재수사 및 관련자 처벌과 함께, 그해 소설의 이름을 딴 일명 ‘도가니법’이 통과되기도 했다. 장애인 여성과 아동을 대상으로 한 성폭행 범죄의 공소시효를 없애는 내용의 법이다.
지난 11일 창비의 주선으로 서울 마포구 서교동 창비 사옥에서 만난 공 작가는 ‘100쇄까지 찍은 소설 <도가니>의 힘’에 관해 묻자 “영화 때문에 그런 거예요. 영화를 너무 잘 만들어서”라고 웃으며 답했다. “제가 소설에서 주안점을 둔 건 ‘침묵의 카르텔’이었어요. 범죄자를 풀어주고, 피해 아이들을 바보로 만들고, 불의에 저항하는 사람을 무력화시키는 상류층의 카르텔. 제 문학인생 30년 동안 항상 강자가 약자에게 휘두르는 폭력에 대한 분노와 사회정의를 지향하는 방향은 바뀐 적이 없어요.” 그는 “소설 제목을 딴 법이 만들어진 것이 작가로서 영광이지만, 더 영광인 건 아이들이 좋은 성년으로 자란 것”이라고도 했다.
지난 2011년 공 작가와 창비는 만 18살 성년이 된 피해 학생들에게 광주도시철도공사 건물 안에 카페 ‘홀더’를 만들어줬다. 그는 “책과 영화가 아이들에게 희망을 만들어준 게 너무 기쁘죠. 그때 울면서 ‘앞으로 웬만한 죄를 지어도 지옥에 안 가겠다. 정말 감사하다’ 생각했어요”라고 말하며 또 한 번 웃었다. 공 작가는 특별개정판으로 나온 <도가니> 100쇄의 인세를 부산에 있는 장애아동 보호·재활 시설인 ‘성 프란치스꼬의 집’에 기부할 예정이다.
2009년 장정일 소설가가 <도가니>를 두고 “유명 작가가 논픽션으로 썼다면, 사회적 파급력은 상당했을 것”이라고 지적한 데 대해, 작가는 “전혀 그렇지 않아요. 피해자가 몇백명인데 논픽션으로 열거하면 그냥 지저분한 이야기가 계속되는 것 외에는 없었겠죠. 논픽션으론 카르텔을 밝혀내기 어렵지만, 픽션의 힘으로 추론해 카르텔을 드러낸 것”이라고 답했다.
2009년 출간 뒤 83만부 팔려
장애학생 성폭력 다뤄 큰 파장
공소시효 없애는 ‘도가니법’도
“피해 아이들 잘 자란게 더 영광”
100쇄 인세는 장애 시설 기증 “우주 소재 등 장편 5개 머리속에” 작가는 박근혜 정권 블랙리스트의 피해자이기도 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공지영의 수도원 기행 2>가 2015년도 세종도서에 선정되는 것을 막았다. 공 작가는 “그 사실이 알려지기 전부터 티브이 출연도 막히고 강연 요청도 끊기고 해서 이미 실감을 많이 하고 있었어요. ‘올 게 왔구나’ 생각했죠. 민주주의 사회에서 다른 후보를 지지했다는 이유로 불이익을 준다는 거, 유치찬란하지 않나요”라고 말했다.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1993)로 새로운 여성문학의 시대를 열었다는 평가를 받는 작가에게 최근의 여성혐오 현상과 페미니즘 운동에 대한 생각을 물었다. “여성혐오가 이렇게 심각해졌는지 몰랐어요. 제가 젊었을 때보다 더 상황이 나빠진 것 같아요. 일베 등의 혐오 발언을 처벌하지 않으면 미래가 없다고 생각해요.” 특히 최근 논란이 된 문단 내 성폭력 문제를 두고는 “남성 문인들이 그 정도일 줄은 몰랐어요. 고등학생을 상대로 그런 짓을 하는 파렴치한 모습에 크게 화가 났어요. 온 사회가 도가니인 것 같아요”라고 말했다. 이어 “메갈리아도 그 맥락 속에서 옳은 점이 있고 다른 여성운동도 지지해요. 하지만 정치적 올바름과 계급적 한계를 인식하지 않는 여성주의는 인종주의처럼 발전할 위험이 있다고 생각해요. 박근혜가 대통령이 된다고 좋아하는 식의 생물학적 여성주의가 그런 것이죠. 여성해방은 인간해방과 함께 추구해야 해요”라고 말했다. 여성을 비하하는 내용이 담긴 책을 쓴 탁현민 청와대 행정관에 대해선 “정말 친한 친구이지만, 그런 책을 쓴 것은 절대로 찬성할 수 없다. 탁현민을 청와대에서 고용하는 것은 반대한다”고 말했다. 다만, 탁 행정관이 계속 일하는 것으로 가닥이 잡힌 뒤인 얼마 전 그에게 문자를 보내 ‘너는 이제 엄청난 공을 세우고 나오는 수밖에 없다. (탁 행정관의 스승인) 신영복 선생님도 똑같은 말씀을 하시지 않겠나’라고 이야기했다고 전했다. 작가는 지난 대선을 전후로 <한겨레> 보도에 비판적인 글을 여러차례 자신의 에스엔에스에 공유했다. <한겨레>가 ‘친안철수’ 보도 태도를 보였고, 문 대통령 부인인 김정숙씨에게 ‘여사’ 호칭을 쓰지 않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주장과 뜻을 같이한 것이다. 작가는 이와 관련해 “<한겨레>가 어떻게 탄생한 신문인데. 우리가 주인인데, 혼이 나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창작 계획을 묻는 질문엔 “안정적인 민주화가 되면 저는 즐거운 창작에 몰두하고 싶어요. 머릿속에 장편이 5개 정도 들어 있어요. 우주 이야기도 있어요. 지적, 언어적 재미로 가득한 작품을 쓰고 싶어요. 물론 상류층, 권력 비판은 계속해야죠”라고 말했다. 김지훈 기자 watchdog@hani.co.kr
공지영 작가가 11일 서울 마포구 창비서교빌딩에서 100쇄 출간 기념 특별개정판으로 나온 자신의 소설 <도가니>를 들고 있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장애학생 성폭력 다뤄 큰 파장
공소시효 없애는 ‘도가니법’도
“피해 아이들 잘 자란게 더 영광”
100쇄 인세는 장애 시설 기증 “우주 소재 등 장편 5개 머리속에” 작가는 박근혜 정권 블랙리스트의 피해자이기도 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공지영의 수도원 기행 2>가 2015년도 세종도서에 선정되는 것을 막았다. 공 작가는 “그 사실이 알려지기 전부터 티브이 출연도 막히고 강연 요청도 끊기고 해서 이미 실감을 많이 하고 있었어요. ‘올 게 왔구나’ 생각했죠. 민주주의 사회에서 다른 후보를 지지했다는 이유로 불이익을 준다는 거, 유치찬란하지 않나요”라고 말했다.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1993)로 새로운 여성문학의 시대를 열었다는 평가를 받는 작가에게 최근의 여성혐오 현상과 페미니즘 운동에 대한 생각을 물었다. “여성혐오가 이렇게 심각해졌는지 몰랐어요. 제가 젊었을 때보다 더 상황이 나빠진 것 같아요. 일베 등의 혐오 발언을 처벌하지 않으면 미래가 없다고 생각해요.” 특히 최근 논란이 된 문단 내 성폭력 문제를 두고는 “남성 문인들이 그 정도일 줄은 몰랐어요. 고등학생을 상대로 그런 짓을 하는 파렴치한 모습에 크게 화가 났어요. 온 사회가 도가니인 것 같아요”라고 말했다. 이어 “메갈리아도 그 맥락 속에서 옳은 점이 있고 다른 여성운동도 지지해요. 하지만 정치적 올바름과 계급적 한계를 인식하지 않는 여성주의는 인종주의처럼 발전할 위험이 있다고 생각해요. 박근혜가 대통령이 된다고 좋아하는 식의 생물학적 여성주의가 그런 것이죠. 여성해방은 인간해방과 함께 추구해야 해요”라고 말했다. 여성을 비하하는 내용이 담긴 책을 쓴 탁현민 청와대 행정관에 대해선 “정말 친한 친구이지만, 그런 책을 쓴 것은 절대로 찬성할 수 없다. 탁현민을 청와대에서 고용하는 것은 반대한다”고 말했다. 다만, 탁 행정관이 계속 일하는 것으로 가닥이 잡힌 뒤인 얼마 전 그에게 문자를 보내 ‘너는 이제 엄청난 공을 세우고 나오는 수밖에 없다. (탁 행정관의 스승인) 신영복 선생님도 똑같은 말씀을 하시지 않겠나’라고 이야기했다고 전했다. 작가는 지난 대선을 전후로 <한겨레> 보도에 비판적인 글을 여러차례 자신의 에스엔에스에 공유했다. <한겨레>가 ‘친안철수’ 보도 태도를 보였고, 문 대통령 부인인 김정숙씨에게 ‘여사’ 호칭을 쓰지 않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주장과 뜻을 같이한 것이다. 작가는 이와 관련해 “<한겨레>가 어떻게 탄생한 신문인데. 우리가 주인인데, 혼이 나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창작 계획을 묻는 질문엔 “안정적인 민주화가 되면 저는 즐거운 창작에 몰두하고 싶어요. 머릿속에 장편이 5개 정도 들어 있어요. 우주 이야기도 있어요. 지적, 언어적 재미로 가득한 작품을 쓰고 싶어요. 물론 상류층, 권력 비판은 계속해야죠”라고 말했다. 김지훈 기자 watchdo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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