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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생각

“친일파가 여전히 권력 잡고 있는 게 모든 문제의 뿌리죠”

등록 2017-08-16 19:36수정 2017-08-16 21:59

【짬】 ‘일본의 조선침략사’ 펴낸 박지동 교수

박지동(앞줄 가운데) 전 광주대 교수가 제자들과 함께 했다.
박지동(앞줄 가운데) 전 광주대 교수가 제자들과 함께 했다.

“반세기 전 한-일(국교 정상화) 회담 반대 데모도 해봤지만, 아직도 나라가 계속 일제 침략과 식민지배 영향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어요. 행정·사법에 언론까지, 모든 분야를 일제에 부역·협력했던 자들이 장악하고 있죠. 그러니 역사도 그들 중심으로 서술되고, 왜곡됩니다. 지금도 계속되고 있어요. 온갖 문제들이 거기서 생겨납니다. 왜곡된 역사, 부정한 역사를 바로잡아야 나라가 바로 섭니다.”

<동아일보> 기자(1967~75년) 출신으로 자유언론운동에 앞장섰다가 해직당한 뒤 이적표현물 제작 등의 혐의로 여러차례 옥살이까지 했던 박지동(78) 전 광주대 교수(신문방송학)가 최근 5권짜리 <일본의 조선침략사>를 완간했다.

고대 삼국시대 왜구의 노략질부터 임진왜란, 일제 식민지배, 미 군정을 거쳐 분단과 전쟁, 그리고 박정희 체제 몰락까지의 역사를 “강한 (외부) 침탈집단과 약한 (한반도) 서민대중 집단 간의 국제적 충돌” 중심으로 살핀 흥미로운 책이다. 각 권 600쪽 안팎의 두툼하고 큼직한 크라운판형의 책들은 “총 원고매수 3400장쯤 되고, 구상부터 자료수집에 들어간 시기부터 따지면 15년이 걸린 작업”이다. 책은 일본의 침략 실상에만 초점을 맞추지 않고 침략자의 내부 사정과 침략 동인, 이에 대항한 피침략자들의 저항 양상(그 잘못까지도)과 그 배경 등을 두루 살피며, 미국 등 지금의 한반도 정세를 만들어내는 데 결정적 영향을 끼친 다른 외부세력들의 움직임에도 많은 지면을 할애한다.

고대 왜구부터 박정희 몰락까지
일제 침략사 ‘국제적 충돌’로 살펴
한반도 외부세력 움직임에 비중

자유언론운동 하다 ‘동아’서 해직
언론사 저술 활동으로 옥살이도
‘일본의 중국 침략사’도 집필중

박 교수는 “여러 학자·교수분들이 땀 흘려 탐색·수집·정리해 놓은 서책과 도해자료들을 해설·전달하는 ‘기자의 역할’에 그쳤다”며 자신을 낮췄지만 책에는 방대한 자료들을 선별·정리해 재구성한 그만의 시각, 역사관이 짙게 녹아 있다. 각 권마다 참고, 인용한 책들 수십권의 목록을 따로 정리해 놓았고, 본문 중에도 인용한 자료 출처를 밝혀 놓았다.

이 책 외에 <한국언론사상사> <한국언론 실증사>, <진실인식과 논술방법> 등 여러 책을 쓴 그는 이들 책 때문에 다섯 차례나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 등으로 붙잡혀 가 고생했다. “한국 언론의 역사를 저술하면서 박정희의 일제시대 관동군 장교 행적 등을 처음으로 공개하기도 했는데, 아마도 그 때문에 나를 그렇게 엮어넣었을 것입니다.” 1990년대 중반에 대학 교재로 쓴 <진실인식과 논술방법> 역시 이적표현물로 찍혔다. “대법원에서 최종 무죄 판결을 받는 데 무려 10년이 걸렸어요. 퇴직금도 그때서야 다 받을 수 있었죠.”

강원도 양양이 고향인 “가난뱅이 강원도 감자바위” 박 교수는 “대학 공부를 위해 서울로 왔는데 돈이 없어서 처음엔 학비 무료인 항공대에 들어갔다가 자유당 시절의 3·15 부정선거와 4·19 혁명을 체험하고는 느낀 바가 있어 적성에 맞지 않는 항공대를 그만두고, 역시 학비가 가장 쌌던 서울대 문리대 정치학과를 1962년에 들어갔다”고 했다. 한-일 회담 반대 시위에 나섰다가 무기정학을 당해 1년간 학업을 중단하기도 했던 그는 1967년 졸업과 함께 동아일보사에 들어갔고 해직 당시엔 외신부(국제부) 기자였다. 해직 뒤 일자리를 구할 수 없어 고생했던 그가 번역일과 학원강사 등으로 생계를 어렵게 꾸려갈 때 외신기자 시절 익혔던 영어가 큰 도움이 됐다. 그때 당한 고초가 지긋지긋했던지, “분단과 전쟁도 식민지배 탓이다. 일본은 그렇게 우리를 국토뿐만 아니라 경제·사상적으로 분열시켰다. 미국과 함께”라는 얘기를 하면서도 “표현을 부드럽게 해달라. 지금도 그때 생각하면 겁난다”고 했다. 지금 그는 ‘중국이 일본에 침략당한 역사’에 관한 원고도 거의 다 써 놓았다.

한승동 선임기자 sdh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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