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남준 지음/한겨레출판·1만3000원 박남준 시선집
박남준 지음/펄북스·1만원 “풀잎 같고 이슬 같고 바람 같고 수선화 같고 처마 끝 빗물 같고 나비 같고 어린 왕자 같고 눈물방울 같은 사람”이라고 소설가 한창훈은 썼다. 시인 박남준(사진) 얘기다. 그의 두번째 시집 제목이 ‘풀여치의 노래’이기도 하려니와, 풀여치처럼 여리고 고운 이미지로 떠올려지는 미소년 박남준 시인이 어느덧 회갑에 이르렀다. 영원히 늙지 않을 것만 같은 그에게도 갑년은 어김없이 찾아온 것인데, 그에 맞춘 듯 아닌 듯 책 두권이 한꺼번에 나왔다. 한창훈과 유용주, 안상학, 이정록 등 그와 가까운 후배 문인 네사람이 그의 일곱 시집에서 고른 시 61편을 모은 <박남준 시선집>, 그리고 그가 지난 10여년간 인터넷 카페 ‘악양편지’에 자유롭게 올린 글과 사진을 발췌해서 엮은 산문집 <하늘을 걸어가거나 바다를 날아오거나>가 그것이다. “숲을 헤매는 동안 지상의 슬픈 언어들과 함께 잔인한 비밀은 늘어만 갔지. 우울한 시간이 일상을 차지했고 빛으로 나아갔던 옛날을 스스로 가두었으므로 이끼들은 숨어 살아가는 것이라 여겼다. 새를 묻지 못한 사람이 포자의 눈물 같은 습막을 두르고 숲의 어둠을 떠다니고 있다.”(‘그 숲에 새를 묻지 못한 사람이 있다’ 부분) 전주 모악산 자락의 음습한 거처와 자신의 생의 그늘을 아울러 포착한, 세번째 시집 <그 숲에 새를 묻지 못한 사람이 있다>(1995)의 표제작이다. 2003년 지리산 자락 악양 동매마을로 이사한 뒤부터는 그의 거처와 삶에 두루 볕이 들고 문장 역시 봄볕처럼 밝고 화사해졌다. 시와 산문이라는 장르의 차이도 없지 않겠지만, <하늘을 걸어가거나…>에 실린 글과 사진은 대체로 경쾌하고 따뜻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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