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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생각

‘미소년’ 박남준 시인이 회갑이라니!

등록 2017-08-24 18:56수정 2017-08-24 20:16

하늘을 걸어가거나 바다를 날아오거나
박남준 지음/한겨레출판·1만3000원

박남준 시선집
박남준 지음/펄북스·1만원

“풀잎 같고 이슬 같고 바람 같고 수선화 같고 처마 끝 빗물 같고 나비 같고 어린 왕자 같고 눈물방울 같은 사람”이라고 소설가 한창훈은 썼다. 시인 박남준(사진) 얘기다. 그의 두번째 시집 제목이 ‘풀여치의 노래’이기도 하려니와, 풀여치처럼 여리고 고운 이미지로 떠올려지는 미소년 박남준 시인이 어느덧 회갑에 이르렀다. 영원히 늙지 않을 것만 같은 그에게도 갑년은 어김없이 찾아온 것인데, 그에 맞춘 듯 아닌 듯 책 두권이 한꺼번에 나왔다. 한창훈과 유용주, 안상학, 이정록 등 그와 가까운 후배 문인 네사람이 그의 일곱 시집에서 고른 시 61편을 모은 <박남준 시선집>, 그리고 그가 지난 10여년간 인터넷 카페 ‘악양편지’에 자유롭게 올린 글과 사진을 발췌해서 엮은 산문집 <하늘을 걸어가거나 바다를 날아오거나>가 그것이다.

“숲을 헤매는 동안 지상의 슬픈 언어들과 함께 잔인한 비밀은 늘어만 갔지. 우울한 시간이 일상을 차지했고 빛으로 나아갔던 옛날을 스스로 가두었으므로 이끼들은 숨어 살아가는 것이라 여겼다. 새를 묻지 못한 사람이 포자의 눈물 같은 습막을 두르고 숲의 어둠을 떠다니고 있다.”(‘그 숲에 새를 묻지 못한 사람이 있다’ 부분)

전주 모악산 자락의 음습한 거처와 자신의 생의 그늘을 아울러 포착한, 세번째 시집 <그 숲에 새를 묻지 못한 사람이 있다>(1995)의 표제작이다. 2003년 지리산 자락 악양 동매마을로 이사한 뒤부터는 그의 거처와 삶에 두루 볕이 들고 문장 역시 봄볕처럼 밝고 화사해졌다. 시와 산문이라는 장르의 차이도 없지 않겠지만, <하늘을 걸어가거나…>에 실린 글과 사진은 대체로 경쾌하고 따뜻하다.

“어 그래 너구나 참 추웠지 오래 기다렸겠구나/ 그렇지 않아도 요새 자주 이 근처를 들여다보고는 했는데/ 반가워 정말 반갑고 고마워/ 나를 위로해주려고 왔구나// 봄비 그친 다음 날/ 황금빛 노란 햇살, 얼음새꽃, 눈새기꽃/ 복수초가 피었다/ 우와~ 우다다다다당 봄이다. 봄!”

“자주 만날 수는 없으므로/ 이것은 선물이다/ 먼 산으로 흰 눈을 펼쳤고/ 가까운 들에는 초록빛 새움을 틔우거나 꽃 피운// 이런 눈부신 풍경을 마주할 수 있다는 것/ 살아 있기 때문이겠지/ 얼마나 고마운 일이냐 살아 있다는 것은/ 고맙고 고맙습니다/ 절로 손이 모이고 고개가 숙어진다”

이른 봄 복수초에서부터 겨울의 눈까지 그의 주위에는 고마워할 자연의 선물들이 그득하다. 산문집 작가의 말에서 꼽은 대로 “새와 달과 양철지붕에 내리는 빗소리와 별과 나무 그리고 텃밭의 벌레와 채소들과 찾아오는 손님들과 뜨고 지는 해와 꽃등처럼 내걸린 곶감과 마당의 꽃들과 처마 끝 풍경 소리와 계절마다의 비바람과 눈보라”가 그의 동거인이자 글감이 되어 준다. 각박한 도회의 삶에 지친 이들은 시인의 애정 어린 시선으로 포착한 사진들을 곁들여 가며 책을 읽으면 잠시나마 동화 같은 시골 살이의 행복에 잠길 수 있을 것이다.

최재봉 선임기자 bong@hani.co.kr, 사진 한겨레출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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