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깐 독서
-나르시시즘은 어떻게 자존감을 건강하게 유지시키는가
크레이그 맬킨 지음, 이은진 옮김/푸른숲·1만8000원 공감능력과 이해심이 부족한 ‘나르시시스트’는 보통 ‘사이코패스’와 같이 타인에게 해롭고 파괴적인 성격으로 묘사된다. 하지만 하버드 임상심리학자인 크레이그 맬킨 박사는 저서 <나르시시즘 다시 생각하기>에서 나르시시즘은 행복하고 충만하고 결실을 맺는 삶을 사는 데 꼭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극단적 나르시시스트였던 어머니를 이해하기 위해 심리학자가 된 맬킨 박사는 나르시시즘이 고정된 성격이 아니라 하나의 성격 스펙트럼이며, 치료해야 할 정신장애가 아니라 살면서 필요한 심리 요인이라는 점을 밝혀내 학계의 주목을 받았다. 지은이는 적당한 나르시시즘이 질풍노도의 시기인 사춘기를 잘 극복할 수 있게 해준다고 설명한다. 또 보스니아 전쟁 생존자들과 9·11 생존자들이 자신을 특별하게 생각하는 태도가 절망을 극복하는 데 도움을 줬던 사례를 언급하면서 나르시시즘이 도움된다는 사실을 증명한다. 지은이는 자신이 전혀 특별하지도 소중하지도 않다고 여기는 ‘에고이스트’의 우울과 불안이 나르시시스트의 환상보다 더 위험하다고 말한다. 나르시시스트는 타인에게 피해를 주지만 에고이스트는 자신을 학대하기 때문이다. 극단적인 나르시시스트가 존재하는 현실도 부정하지 않는다. 실제로는 그렇지 않은데도 자신의 탁월함을 강조하기 위해 조작하고 속이는 사람들이 있다. 이런 나르시시즘에 빠진 연인·직장 동료·가족에게 고통받는 사람들에게 맬킨 박사는 과감하게 조언한다. “개선의 여지가 보이지 않으면 관계를 끊고 떠나라”고. 이재호 기자 p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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