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깐 독서
소니아 소토마요르 지음, 조인영·현낙희 옮김/사회평론·1만8000원 뉴욕 브롱크스의 빈민가. 영어도 제대로 하지 못하는 푸에르토리코 이민자 부모, 아버지는 알코올 중독, 마음을 닫고 일중독자로 사는 어머니에게서 태어난 소녀는 7살에 소아당뇨에 걸려 매일 스스로 주사를 놓아야 했다. 2009년 미국 최초의 히스패닉 대법관, 사상 세 번째 여성 대법관이 된 소니아 소토마요르의 어린 시절이다. 소토마요르의 자서전은 담담하고 따뜻하다. 그가 어린 시절의 역경을 돌아보는 시선에는 좌절과 우울함이 아닌, 사람에 대한 이해와 애정이 있다. 어린 소녀의 ‘절친’이었던 할머니를 비롯해 나름의 약점과 상처를 가지고 있었던 가족과 친지들의 인생 이야기는 언뜻 마술적 리얼리즘 소설 같다. 미국의 가장 예민하고 중요한 이슈들을 판결하는 대법관 9명 가운데 소토마요르는 가장 진보적인 판결을 내는 것으로 유명하다. 2014년 미대법원이 대입 전형에서 흑인과 히스패닉 등에 대한 우대정책을 사실상 폐기하는 판결을 내렸을 때 그는 “소수자 우대정책(어퍼머티브 액션)이 내 인생의 문을 열어주었다”며 58쪽에 달하는 소수의견문을 발표했다. “법관들은 우리 사회에 엄존하는 인종 불평등이 사라지기를 뒷짐을 지고 앉아서 기대하는 대신, 맞서 싸워나가야 한다”고 했다. 검사가 흑인 마약범죄 용의자에게 인종 차별적 발언을 하자, 이를 비판하는 성명을 내기도 했다. 약자들의 고통에 진심으로 공감하는 법관이 왜 필요한지, 왜 사법부를 기득권층이 독점해서는 안 되는지, 한국의 법관 임용에도 왜 다양한 시선과 목소리가 필요한지를 소토마요르의 인생이 증언한다. 박민희 기자 minggu@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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