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영아 지음/한겨레출판·1만2000원 <그녀의 경우>는 2006년 제11회 한겨레문학상 수상작 <여우야 여우야 뭐 하니>의 작가 조영아의 두번째 소설집이다. 단편 일곱이 묶였는데, 거개가 재난과 죽음을 다룬다. 그리고 그 재난과 죽음들은 언론 보도를 통해 우리에게 친숙한, ‘사회적’ 성격을 지닌 것들이다. 표제작은 1995년 삼풍백화점 붕괴 당시 어린 딸을 잃은 아픔을 안고 사는 여자의 이야기다. 화자가 아파트 요리 교실에서 만난 그 여자는 미세한 지진에 예민하게 반응하는 등 별쭝맞은 언행으로 동료들의 눈밖에 난다. 그러면서도 임신한 ‘나’에게만은 유독 살갑게 구는데, 그런 것이 삼풍백화점 사고로 인한 트라우마와 관련이 있다는 사실은 소설이 진행되면서 서서히 드러난다. 2003년 대구지하철 화재 사건 당시 가까스로 살아남은 소설가를 등장시킨 ‘만년필’에서도 소설가를 엄습한 죽음의 공포 그리고 그 와중에 겪은 윤리적 딜레마는 나중에 그가 죽은 뒤에야 가까운 이들의 이해 범위 안으로 들어온다. 그것은 동성애자라는 이유로 오해와 차별에 시달리다 결국 죽음을 택한 ‘폭설’의 주인공도 마찬가지. 이 소설들에서 사회적 재난이나 편견의 피해자들은 자신의 고통을 가까운 이들에게조차 이해받지 못한다는 이중의 ‘적’과 맞서 싸워야 한다. ‘사라진 혀’는 세사람의 세가지 이야기를 직조해서 가난과 불평등 및 그로 인한 사회적 죽음을 고발한다. 쇼핑몰 놀이방 아이 돌봄이나 콜센터 상담원, 편의점 밤샘 근무 같은 아르바이트에 시달리는 대학 휴학생 ‘나’, 부당 해고에 항의하고자 공장 굴뚝에서 고공 농성을 하고 내려와서는 결국 자살을 택한 아버지, 그리고 주인공의 상담 전화로 장난 같은 전화를 끊임없이 걸어 오는 고시원 남자가 그들이다. 특히 진상고객인 줄로만 알았던 고시원 남자의 가긍한 처지가 확인되고 내처 그 역시 자살하는 결말은 “존재를 알리는 간절한 신호”에 사회적 관심이 필요함을 비극적으로 웅변한다.
조영아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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