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불문학상 수상작 장편 ‘칼과 혀’
1945년 만주국 수도 신경 무대 삼아
음식과 무기, 말과 사랑의 각축 다뤄
1945년 만주국 수도 신경 무대 삼아
음식과 무기, 말과 사랑의 각축 다뤄
권정현 지음/다산책방·1만4000원 일제 패망을 앞둔 1945년, 만주국 수도 신경에서 두 남자와 한 여자가 마주친다. 관동군 사령관인 일본인 야마다 오토조, 그를 암살하려는 중국인 요리사이자 비밀 자경단원 첸, 첸의 부인인 조선인 길순이 그들. 권정현의 장편 <칼과 혀>는 세 사람을 통해 한·중·일이 얽힌 현대사의 한 지점을 흥미롭게 되살린다. 제목 ‘칼과 혀’에서 칼이 전쟁 무기와 조리 도구를 함께 뜻한다면, 혀는 우선은 조리된 음식을 맛보는 신체 기관을 가리킨다. 그런데 알다시피 혀에는 또다른 기능이 있다. 말을 하고 사랑을 나누는 것이 그것이다. 칼이 뒷받침하는 권력을 언어로 실어 나르는 사령관의 혀, 그리고 사령관의 눈에 들어 그와 사랑을 나누는 길순의 혀는 그 다른 두 기능을 대변한다 하겠다. “무언가를 입에 넣어 씹는 순간은 인간이 자신의 생 앞에서 가장 진실할 수 있는 시간이다. (…) 내가 진정으로 신을 느끼는 순간은 포화에 살이 찢긴 시체를 목격할 때가 아닌, 부지런히 뭔가를 먹는 그런 순간이다.” 전쟁을 좋아하지 않는 겁쟁이로 알려진 실존 인물을 모델 삼은 사령관은 “요리가 우리를 구원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할 정도로 맛있는 음식을 탐한다. 첸은 자신의 요리 솜씨를 무기 삼아 그에게 접근하고 나아가 그를 암살할 계획을 세운다. 일본군 위안부로 고초를 겪다 도망쳐 나온 길순 역시 독립운동가인 오빠와 연락을 취하면서 사령관 암살 기회를 노린다. 그가 사령관과 사랑을 나누는 혀로 그를 죽이고자 할 때 그 혀는 칼의 성격을 아우르게 되는 셈이다.
장편소설 <칼과 혀>로 제7회 혼불문학상을 수상한 작가 권정현. “충북 청원 고향 마을의 씨족 사회를 배경 삼아 전근대와 근현대의 접점을 그린 대하소설을 필생의 작업으로 쓰고 있다”고 밝혔다.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장편소설 <칼과 혀>로 제7회 혼불문학상을 수상한 소설가 권정현씨가 11일 오전 서울 마포구 서교동 한 카페에서 기자간담회를 열어 수상 소감 등을 이야기하고 있다.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장편소설 <칼과 혀>로 제7회 혼불문학상을 수상한 소설가 권정현씨가 11일 오전 서울 마포구 서교동 한 카페에서 기자간담회를 열어 수상 소감 등을 이야기하고 있다.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장편소설 <칼과 혀>로 제7회 혼불문학상을 수상한 소설가 권정현씨가 11일 오전 서울 마포구 서교동 한 카페에서 기자간담회를 열어 수상 소감 등을 이야기하고 있다.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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