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한아 지음/문학동네·1만3000원 “우리가 질서를 연기하는 한, 진짜 삶은 아무도 눈치채지 못한다. 그렇다면 진짜 삶은 어디 있는가? 그것은 인생의 마지막에서야 밝혀질 대목이다. 모든 걸 다 잃어버린 후, 폐허가 된 길목에서.” 정한아(사진)의 세번째 장편소설 <친밀한 이방인>은 진짜와 가짜, 익숙함과 낯섦의 경계와 정의를 문제삼는다. 우리가 누군가를 안다고 할 때, 또는 어떤 사람은 어떠어떠하다고 말할 때 그 말은 얼마나 진실에 가까운가. 우리가 알고 있는 누군가의 정체 또는 어떤 이의 성격과 특징은 정말로 사실에 부합하는 것일까. 아무리 가까운 사이라 하더라도 타자란 어디까지나 익숙한 듯하면서 실제로는 낯선 존재라는 뜻이 이 소설 제목에는 담겼다. <친밀한 이방인>의 주인공 이유미가 그런 인물이다. 화자인 소설가 ‘나’는 어느날 ‘이 책을 쓴 사람을 찾습니다’라는 문구를 내건 신문 광고를 접한다. 그 광고에 실린 소설인즉 다름 아닌 그가 습작 시절 출판사 공고에 내고자 썼던 작품. 신문사를 통해 광고 의뢰인과 만난 그를 놀라운 사실이 기다리고 있었으니, 실종된 의뢰인의 남편 이유상이 그 소설 작가로 행세해 왔으며 더구나 남편이 사실은 남자가 아니라 여자라는 것. 의뢰인을 통해 이유상(이유미)의 일기와 관련 자료를 입수한 화자는 그를 토대로 이유미의 과거 지인들을 만나 인터뷰하면서 그가 썼던 가면과 가면 뒤의 진짜 얼굴을 추적한다. 그에 따르면 이유미는 서로 다른 세 남자의 아내이자 한 여자의 남편이었으며 자격이 없이 전문대학 피아노 전공 교수와 요양원 의사로 활동했다. 입학도 하지 않은 대학의 교지 편집기자 노릇은 차라리 애교에 속한다 해야 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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