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민 지음/푸른역사·각 권 1만5000원 “아빠가 항상 얘기했죠. ‘결국 역사는 사람들의 일상의 총합이다.’” 김형민의 <딸에게 들려주는 역사 이야기>는 아빠를 사랑하는 딸의 편지로 시작한다. 김형민은 1990년대 초 피시(PC)통신 ‘하이텔’에서 온라인 글쓰기를 시작해 ‘산하’라는 닉네임으로 활발하게 활동하는 역사 이야기꾼이다. <에스비에스 시엔비시>(SBS CNBC) 피디이기도 한 그는 2015년 초부터 주간지 <시사인>에 연재하고 있는 ‘딸에게 들여주는 역사 이야기’ 중 100여 꼭지를 모아 책으로 냈다. 저자는 각 꼭지에서 ‘과거’와 ‘오늘’을 교차시켜 역사가 단순히 옛날 이야기가 아니라는 점을 강조한다. 한국전쟁과 세월호의 비극을 ‘7시간’이라는 키워드로 비교한 부분에서는 저자의 역사적 통찰력이 번쩍인다. 김형민의 역사 이야기는 화려하지 않다. 충무공 이순신을 다룬 꼭지에서는 아들을 잃고 통곡하는 아버지의 슬픔을 다룬다. 6월항쟁 이야기에서는 평범한 사람들의 어떤 행동이 그런 큰일을 가능하게 했는지 담담하게 설명한다. 그는 1988년 한 주부가 밤에 길을 가다가 대학생들에게 성추행을 당했던 이야기에도 주목했다. 피해주부는 입 안에 들어온 대학생의 혀를 깨물었다는 이유로 구속됐다. 사람들은 어처구니 없는 판결에 저항했고 결국 판결은 뒤집혔다. 저자는 ‘역사는 특별하지 않고, 반짝이지 않지만 자신의 위치에서 최선을 다했던 이들이 살아낸 삶의 총합’이라고 말한다. 책을 덮고 다시 제목을 본다. 이 책은 이제껏 남성의(His) 관점에서만 기술됐던 역사(HIStory)를 저자가 다시 써, 딸에게(Her) 들려주는 유산(HERitage)이었다. 이재호 기자 p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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