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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생각

대통령이 꼭 읽어야 할 책, 추천합니다

등록 2017-10-26 19:39수정 2017-10-27 00:06

이진우·서민·표정훈·정희진 등
각계 26명이 대통령에 권하는 책들
‘최고 공무원’이 알아야 할 다양한 의제
‘운명공동체’인 촛불시민도 “함께 읽자”

대통령의 책 읽기
-대통령에게 권하고 시민이 함께 읽는 책 읽기 프로젝트
이진우 외 지음/휴머니스트·1만8000원

문재인 대통령의 서재를 엿본 적이 있다. 2011년 가을, 문 대통령이 정치로 불려나오기 전이었다. 경남 양산 자택엔 작은 도서관이라 불러도 손색없을, 사방 벽을 가득 메운 서재가 있었다. 집 아래 작은 계곡이 흘러 서재에서 아무 책이나 들고 나가 한나절을 보내기 좋았을 곳으로 기억한다. ‘책 읽는 대통령’을 기대할 수 있었다. 문 대통령은 2014년 세월호 유족의 단식을 말리려다 동조단식에 나서게 됐을 때도, 천막 안에서 백석의 시집을 펼쳐 들었다.

최근 ‘대통령의 ○○○’이 인기다. <대통령의 말하기>(윤태영 지음, 위즈덤하우스)에 이어 <대통령의 글쓰기>(강원국 지음, 메디치미디어)가 화제가 됐다. 이번엔 이진우 포스텍 인문사회학부 석좌교수 등 26명의 각계 인사가 <대통령의 책 읽기>를 내놨다. 대통령의 말하기와 글쓰기의 지은이들은 노무현 전 대통령의 입을 통해 전달되는 글을 썼던 이들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반면, 대통령의 책 읽기는 여러 지은이들이 문재인 대통령에게 “이 책 한번 읽어보시라” 권하는 내용이다.

한국출판인회의가 지난 4월 대선을 앞두고 ‘책 읽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진행했던 ‘책 읽는 대통령을 보고싶다’ 캠페인 포스터. 한국출판인회의 제공.
한국출판인회의가 지난 4월 대선을 앞두고 ‘책 읽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진행했던 ‘책 읽는 대통령을 보고싶다’ 캠페인 포스터. 한국출판인회의 제공.

대통령이 여름휴가에, 혹은 추석 연휴 동안 어떤 책을 읽을 예정이라거나 읽었다는 게 언론을 통해 알려지면 해당 서적들이 인기를 끌곤 했다. <…책 읽기>의 지은이들은 익숙한 경로를 뒤집고 싶었던 것 같다. 대통령이 읽은 책을 궁금해하는 대신, 지은이들이 대통령에게 책을 세 권씩 권한다. 한 권은 주요 내용과 추천하는 이유를 상세히 적었고 나머지 두 권은 함께 읽으면 좋을 책으로 간략히 소개한다. 괜찮은 리더(leader·지도자)들은 대체로 훌륭한 리더(reader·독서가)였다면서. 동시에, 문 대통령과 운명공동체인, 지난겨울 광장을 달궜던 촛불시민들에게도 같이 읽자고 제안한다. 문 대통령의 집무실이 있는 여민관(與民館)의 이름을 빌려, ‘시민과 더불어’ 책을 읽자는 뜻을 담은 ‘여민독서’를 제안한다. ‘대통령에게 권하고 시민이 함께 읽는 책 읽기 프로젝트’라는 부제를 단 이유다.

지은이들이 권하는 책은 아우렐리우스의 <명상록>이나 마키아벨리의 <니콜로 마키아벨리 군주론> 등 고전에서부터 최근 베스트셀러였던 유발 하라리의 <사피엔스>, 소설 <82년생 김지영>(조남주 지음)까지 다양하다. 편의상 분류를 해보면, △정치 지도자가 갖춰야 할 자질과 덕목을 강조한 고전 △먹고사는 문제와 관련된 경제 서적 △페미니스트를 자처하더라도 겪어보지 않으면 알기 힘든 성 평등에 관한 책 △인공지능 등이 바꿀 인류의 미래를 다룬 책들이다. 마치 여러 개의 등산로가 만나는 산 정상처럼, 우리 사회의 모든 문제가 수렴되는 꼭짓점 같은 청와대에 살고 있는 ‘최고 공무원’이 두루 파악하고 있어야 할 의제들이다.

책 읽고 있는 문재인 대통령의 모습. 청와대 제공.
책 읽고 있는 문재인 대통령의 모습. 청와대 제공.

이진우 교수는 “철학이 있는 대통령은 성공하여 국가 정치인이 되고, 철학이 없는 대통령은 실패하여 단지 통치자로 남을 뿐”이라며 <명상록>을 권한다. 이 교수가 꼽는 <명상록>의 고갱이는 ‘내면의 초연함’과 ‘강한 영혼’이다. 로마제국의 황금기가 끝나가는 위기의 시대에 황제였던 아우렐리우스는 끊임없이 자기 자신에게 질문을 던진 끝에 “모든 것은 나 자신에게 달려 있다”는 철학적 명제와 “세계를 지배하려면 우선 자기를 지배해야 한다”는 철학적 명제에 도달한다. 이 교수는 “자신을 지배하려면 언제나 자신의 내면의 목소리를 들어야” 하며 “<명상록>은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보는 통로가 될 수 있다”고 추천한다.

재치있는 칼럼으로도 유명한 서민 단국대 기생충학과 교수는 문 대통령에게 편지 형식으로 애너벨 크랩의 <아내 가뭄>을 권한다. 서 교수는 외교부와 국토교통부에 여성 장관을 임명한 점을 높이 평가하면서 “남성의 성공 뒤에는 아내가 있지만, 아내를 가질 수 없는 여성은 성공하기 어렵다”며 추천했다. 이 책은 오스트레일리아의 정치평론가의 고민에서 시작됐다. 왜 여성 위인은 나오지 않는가. 처음 직장생활을 시작할 땐 미혼에 홀몸인 남녀의 경쟁력이 비슷하지만 출산과 복직 뒤 격차가 벌어지는 것을 보면 “남편들은 눈에 보이지 않는 파워 알약, 다시 말해 아내 덕에 더욱 큰 경쟁력을 갖추게 된다”고 한다. 서 교수는 스스로 “제가 이렇게 뜬 데는 아내의 힘이 절대적이었다”고 털어놓으면서, ‘여성을 좀 뽑아야 하는데 인물이 없어’라는 고민을 그만하고 싶다면 남녀 모두를 위한 길이 들어 있는 이 책을 꼭 읽으시라고 권한다.

표정훈 출판평론가가 꼽은 책은, 어쩌면 문 대통령에겐 실용서가 될 <협상의 전략>이다. 노무현 정부에서 다양한 남북회담에 참여하며 실전 협상을 경험한 김연철 인제대 통일학부 교수가 지은이다. 한 대목만 보자. “신뢰는 협상의 조건이 아니라 협상이 얻어야 할 결과다. 믿을 수 없기에 협상을 하는 것이고 협상을 하면서 서로를 알고 약속을 지키면서 신뢰를 쌓아가는 것이다.” 북한의 핵·미사일 문제로 인해 긴장이 고조되고 한반도 주변 정세를 평화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주변 강국들과의 외교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진 이때, 문 대통령에게 시사하는 바가 클 것 같다. 김 교수는 2차대전 직전인 1938년 뮌헨 협상부터 최근의 키프로스 통일 협상과 미얀마 소수민족 평화 협상까지 20개의 다양한 협상을 다루면서 우리가 교훈으로 삼아야 할 대목을 뽑아낸다.

김보협 기자 bh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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