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두진 지음/반비·2만2000원 한국의 부동산 시장에서 ‘나홀로 상가아파트’는 천대받는 존재다. 주거 전용의 대규모 단지 아파트나 첨단을 달리는 초고층 주상복합 건물이 나날이 값어치가 올라가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그러나 건축가 황두진의 눈엔, 세월을 견디고 살아남은 이 낡은 아파트야말로 소중한 보물과도 같다. 그는 ‘좋은 도시’란 걷고 싶고, 놀고 싶고, 살고 싶게 만드는 곳이라고 규정하면서, 일과 삶과 놀이가 동시에 전개되려면 주거·상업·업무 등 다양한 용도가 한 건물에 녹아있는 건물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그는 이런 복합용도 건물을 ‘무지개떡 건축’이라 부르며 무지개떡 건축의 양과 질이 올라가야 좋은 도시가 된다는 지론을 펼친다. ‘무지개떡 건축 탐사 프로젝트’라는 부제를 달고 있는 이 책은 복합건물의 원형을 발굴하기 위해 국내외 도시를 답사하고 각종 도면 및 자료를 찾아다닌 결과물이다. 그의 발길이 닿고 나면, 서울 종로구 옥인동 낡은 2층 한옥은 개화기에 등장한 ‘한옥 상가건축’의 양식을 보여주는 희귀한 연구 소재가 되고, 올해 77살을 맞은 충정아파트는 1940년대 경성의 ‘도시적 감성’을 담았던 공간으로 탈바꿈한다. 구부러진 도로선을 따라 휘어진 서소문아파트에선 복개돼 시야에서 사라진 만초천의 자취를 발견한다. 초고층 주상복합 시대를 연 타워팰리스에선 왜 이 건물이 폐쇄적이고 방어적인 성향을 띠게 됐는지를 살펴본다. 소멸 위기의 건물뿐 아니라 현재 지어지고 있는 ‘주거복합’ 건물도 조명하면서 도시를 살고 싶은 정주공간으로 만드는 무지개떡 건축의 가능성도 발견한다. 이주현 기자 edign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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