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량 지음/나무옆의자·1만3000원 신인 작가 이재량(사진)의 첫 장편 <노란 잠수함>은 로드 무비를 닮았다. 화자인 스물아홉살 청년 이현태가 두 노인 김난조와 나해영, 그리고 열아홉살 여고생 모모를 자신의 승합차에 태우고 안산을 출발해 부산으로 갔다가 다시 순천과 무안을 거쳐 목포까지 가는 2박3일의 여정이 소설의 뼈대를 이룬다. 소설은 또 일행이 경찰의 추격을 피해 도망 다니는 범죄 및 추격물의 외양을 띠고 있기도 하다. 일당이 경찰에 붙잡힐 뻔한 위기를 몇차례나 가까스로 넘기며 최종 목적지에 이르는 과정은 상업 영화의 추격 장면을 연상시키도록 속도감 넘치고 흥미진진하다. 대학 철학과를 졸업하고 취직이 여의치 않아 승합차 ‘육봉 1호’에 포르노물을 싣고 다니며 파는 성인용품업자 현태. 그가 단골로 다니는 만화방 ‘노란 잠수함’의 두 노인 난조와 해영이 어느날 한 가지 제안을 한다. 자신들을 부산까지 데려다주면 거금 백만원을 주겠다는 것. 내키지 않아 하는 현태를 회유하고 협박까지 마다 않은 끝에 결국 승낙을 얻어 내지만, 떠나는 날 아침에 보니 차 안에는 안산 지역 일진인 여고생 모모가 몰래 타 있다. 실랑이 끝에 모모까지 일행이 되어 부산으로 향하는데, 우연과 오해가 겹쳐 현태에게는 연쇄살인과 납치 혐의로 지명 수배령이 내려진다. 경찰이 뒤를 쫓는 가운데 ‘공동운명체’가 된 네 사람이 티격태격하면서도 서로 도와 가며 위기를 넘기고 각자의 상처를 이해하며 보듬게 되는 과정이 유쾌하고 따뜻하다.
사진 이재량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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