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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생각

“구체제 치고 새 정권 이룬 ‘촛불’은 현재진행형 혁명”

등록 2017-11-27 20:43수정 2017-11-27 21:32

【짬】 동아자유언론수호투쟁위 김종철 위원장

서울 필운동 자유언론실천재단 사무실에서 만난 김종철 동아투위 위원장. 사진 한승동 선임기자
서울 필운동 자유언론실천재단 사무실에서 만난 김종철 동아투위 위원장. 사진 한승동 선임기자
“어떤 이들은 연인원 1700만 명이 참여해서 이뤄낸 그 역사적 대사건을 ‘촛불항쟁’이라고 부르지만, 나는 동의하지 않는다. 단 한 사람도 구속되거나 다치지 않은 채 구체제를 타도한 그 장엄한 투쟁을 ‘혁명’이 아닌 다른 명칭으로 불려서는 안 된다.”

1980년대 민주민족민중운동사를 주요 사건별로 정리한 <촛불혁명의 뿌리를 찾아서>(썰물과밀물 펴냄)의 저자 김종철(73) 동아자유언론수호 투쟁위원회(동아투위) 위원장은 한국 현대사에서 혁명이라고 불릴 수 있는 대사건은 “1960년의 ‘4월혁명’과 2016년 10월 말에 시작돼 올해 5월 초순에 결실을 본 ‘촛불혁명’뿐”이라고 했다.

지난 24일 그가 이사장을 겸하고 있는 서울 필운동 자유언론실천재단 사무실에서 그의 혁명론을 들어봤다.

80년대 민주민족민중운동사 정리
‘촛불혁명의 뿌리를 찾아서’ 출간
“끈질긴 반독재 민주화투쟁의 성과”

75년 자유언론 선언 앞장서 ‘해직’
80년대 민문협·민통련 집행부로
“사료 중심 아닌 생생한 현장체험”

김 위원장은 이승만 독재정권을 무너뜨린 4월혁명(4·19혁명)이 민주당 정부를 탄생시켰으나 “9개월여 만인 1961년 5월16일 군사쿠데타를 일으킨 박정희 일파가 그 혁명의 열매를 산산조각내고 만” 미완의 혁명이었다고 말했다. 1979년 ‘10·26’을 계기로 ‘서울의 봄’, 그리고 광주항쟁 또한 혁명으로 발전할 수 있었으나 12·12 쿠데타로 역시 무산되고 말았다고 했다. 그리고 또 한번, 1987년 6월항쟁도 “두 야권 지도자들(‘양김’)이 독자적인 집권의 꿈을 버리고 군사독재정권을 완벽하게 청산하는 데 앞장섰다면 ‘혁명’이라는 이름을 얻었을 것”이지만 분열로 노태우 정권에 길을 터줌으로써 좌절당했다.

그는 촛불혁명으로 이뤄낸 문재인 정부의 등장을 “확고한 민주평화체제 수립을 위한 발판을 마련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말하자면, 구체제를 청산하고 새로운 체제를 수립하려는 현재진행형 혁명을 가속시키기 위한 토대를 놓은 것이란 뜻이다.

김 위원장이 ‘1980년대 민주민족민중운동사’라는 부제가 붙은 <촛불혁명의 뿌리를 찾아서>를 쓴 이유도 바로 그 혁명의 과거를 되돌아보고 거기서 더 나은 혁명의 미래를 위한 그 무엇을 찾아내기 위해서일 것이다. 그런데 왜 80년대인가?

“촛불혁명은 멀리 60년의 4월혁명, 80년의 5월 광주민주민중항쟁, 87년의 6월 민주항쟁에 그 뿌리를 두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그중에서도 특히 끈질기게 지속된 80년대의 반군사독재 투쟁이 촛불혁명에 가장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고 평가해야 마땅할 것이다.” 그는 “80년대가 한국 현대사에서 가장 역동적인 시기였다”고도 했다. 그럼에도 “80년대를 총체적으로 다룬 책이 없는 것 같다”고 했다.

1967년 동아일보사에 입사해, 자유언론실천운동을 벌이다 쫓겨난 ‘해직기자’인 김 위원장은 80년대에 민중문화운동협의회(민문협) 공동대표, 민주통일민중운동연합(민통련) 대변인과 사무처장 등을 지내며 민주화운동 최전선에 서 있었다. 88년 창간된 <한겨레> 논설위원으로도 활약한 그는 지금까지 많은 책을 번역하고 썼다. 3권짜리 <트로츠키>에서부터 월드워치연구소의 2016년 지구환경보고서 <도시는 지속가능할 수 있을까?>(공역)에 이르기까지 번역서가 25권이 넘고, 쓴 책도 <저 가면 속에는 어떤 얼굴이 숨어 있을까>(1992년 한길사), <아픈 다리 서로 기대며>(1995년 창비)를 비롯해 <오바마의 미국, MB의 대한민국>, <세시봉 이야기>, 미디어비평집 <폭력의 자유>, 각 5권짜리인 <동아일보 대해부> <조선일보 대해부>등 모두 20권(공저 포함)이 넘는다. 해직 언론인들 중에서도 ‘최다작 작가’ 반열에 들 것이다.

“학자들은 주로 사료를 중심으로 그 시대(1980년대)를 기술하겠지만, 나는 현장 체험을 토대로 썼다.” 그래서인지 10·26사태에서 80년 ‘서울의 봄’, 그리고 87년 6월항쟁 등을 서술할 때 권력자와 거기에 대응한 야당·운동권의 긴박한 움직임을 묘사하는 그의 글에는 실천가로서의 시선이 녹아 있다. 하지만 이 책의 기술 원칙은 “가능한 한 객관적으로 보고, 사건들 개요를 소개하되 여러 주장들을 있는 그대로 제시해서 독자들이 평가할 수 있게 한다”라고 그는 덧붙였다.

민주주의국민행동 공동대표, 민주평화포럼 상임공동대표 등을 맡아 촛불혁명에도 적극 참여했던 김 위원장은 박근혜 파면과 문재인 정권 등장 과정을 “기적 같은 일”이라며, 남북관계와 사드 등을 둘러싼 중국과의 갈등도 머지않아 해소책을 찾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그러면서 야당에 대해서도 사드, 남북관계 현안 등 민감한 사안들에서 단발적인 공세나 흠집내기로 반사이익을 얻기보다는 오히려 “여야협의회 같은 거라도 만들어 국사를 논하는 책임있는 자세를 보여주는 것이 집권에도 도움이 되지 않겠느냐”며 “60년 가까이 (한국 사회를) 지켜봐 왔는데, 그런 식의 네거티브 공세만으로 성공하는 건 보지 못했다”고 했다.

최근 언론 상황에 대해 김 위원장은 보수정권 만들기와 그 비호에 적극적이었던 유력 신문들의 태도는 정권교체 뒤 잠시 변화조짐을 보이기도 했으나 “다시 예전으로 되돌아갔다”고 했다. 언론인 선배로서 그는 최근 노조를 중심으로 한 <문화방송>(MBC), <한국방송>(KBS) ‘정상화’ 과정을 “혁명적 사건”이라 평가하면서, “방송이 정상화되면 언론 전체 풍토가 달라질 것이다. 시민들이 이 문제에 좀더 관심을 갖고 적폐청산 작업을 지원해줬으면 좋겠다”고 했다.

한승동 선임기자 sdh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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