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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생각

“육사의 시는 민족혁명운동이었다”

등록 2017-11-30 19:45수정 2017-11-30 20:33

강철로 된 무지개-다시 읽는 이육사
도진순 지음/창비·2만원

역사학자 도진순(사진) 창원대 교수가 이육사 연구서 <강철로 된 무지개>를 내놓았다. 부제를 ‘다시 읽는 이육사’로 달았는데, 여기서 ‘다시’란 거듭해서 읽는다기보다는 뒤집어서, 이제까지의 해석과는 다른 방식으로 읽는다는 뜻을 지닌다.

도 교수의 이육사 시 재해석 작업은 지난해 봄부터 본격적으로 선을 보였다. <역사비평> 봄호에 실은 이육사 시 ‘청포도’에 관한 논문이 시발점이었다. 여기서 도 교수는 “청포를 입고 찾아온다”는 “내가 바라는 손님”으로 이육사의 항일 독립투쟁 동지였던 석정 윤세주를 특정해서 눈길을 끌었다. 그는 이어서 <민족문학사연구>에 육사의 시 ‘절정’을 재해석한 논문을 발표했다. 핵심은 이 시 마지막 행에 나오는 “강철로 된 무지개” 해석이었다. 기존 연구자들이 이 구절을 두고 ‘비극적 황홀’ 식으로 파악했던 데 반해 도 교수는 일제를 무찌르는 혁명의 힘을 상징한다고 보았다.

“육사는 식민 치하에서 민족혁명운동에 직접 뛰어들고자 하였으며, 자신의 시와 노래가 행동이 되어야 한다고 확신하였다.”

도 교수의 육사 시 재해석은 이육사의 삶의 행로와 지향, 그리고 육사의 문학에 큰 영향을 끼친 동양 고전에 대한 깊이 있는 천착을 바탕 삼는다. 가령 ‘청포도’에서 손님이 “청포(靑袍)를 입고 찾아온다”는 구절과 관련해서는 두보의 시 ‘지후’(至後)와 ‘세병마’(洗兵馬) 등에서 청포가 반란자의 상징으로 나온다는 사실에 착안해, 육사가 그것을 “긍정적인 혁명가의 이미지로 전환했다”고 도 교수는 풀이한다.

?도진순 창원대 사학과 교수. 창비 제공
?도진순 창원대 사학과 교수. 창비 제공

<강철로 된 무지개>는 기왕에 발표한 논문 여섯편을 보강하고 새 논문 둘을 추가해서 낸 책이다. 이 책을 위해 새로 쓴 육사 문학 소개글 ‘난(蘭)과 검(劍)의 노래’에서 도 교수는 육사 시의 알짬이 “동양 고전의 직선적 연장이 아니라, 오히려 그것을 반대로 뒤집고야 마는 대대적인 전복”에 있다고 썼다. 육사가 시를 발표한 때가 일제 말이었기 때문에 “삼엄하고 촘촘한 검열망”을 피하고자 동양 고전의 전복적 인용이 불가피했다는 것이다.

도 교수는 육사의 호가 본래는 역사를 베어버린다는 뜻인 ‘육사’(戮史)였는데 그 뜻이 너무 노골적이라 위험하다는 주변의 만류에 따라 ‘육사’(陸史)로 바꾸었다는 일화를 소개하며, 육사의 시 해석에서는 그의 삶과 행동을 매우 중요하게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역사학자의 육사 시 재해석은 문학평론가 황현산 등과 논쟁으로 이어지기도 했는데, 이 책 머리글에서 도 교수가 그와 관련해 밝힌 소회는 여러모로 생각할 거리를 준다.

“필자는 육사의 시를 연구하면서 전통과 현대, 동양과 서양, 남과 북, 역사와 문학과 철학, 그 사이사이에서 현재의 우리가 얼마나 편중되고 갇혀 있는지 새삼 실감하게 되었다.”

최재봉 기자, 사진 창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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