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진순 지음/창비·2만원 역사학자 도진순(사진) 창원대 교수가 이육사 연구서 <강철로 된 무지개>를 내놓았다. 부제를 ‘다시 읽는 이육사’로 달았는데, 여기서 ‘다시’란 거듭해서 읽는다기보다는 뒤집어서, 이제까지의 해석과는 다른 방식으로 읽는다는 뜻을 지닌다. 도 교수의 이육사 시 재해석 작업은 지난해 봄부터 본격적으로 선을 보였다. <역사비평> 봄호에 실은 이육사 시 ‘청포도’에 관한 논문이 시발점이었다. 여기서 도 교수는 “청포를 입고 찾아온다”는 “내가 바라는 손님”으로 이육사의 항일 독립투쟁 동지였던 석정 윤세주를 특정해서 눈길을 끌었다. 그는 이어서 <민족문학사연구>에 육사의 시 ‘절정’을 재해석한 논문을 발표했다. 핵심은 이 시 마지막 행에 나오는 “강철로 된 무지개” 해석이었다. 기존 연구자들이 이 구절을 두고 ‘비극적 황홀’ 식으로 파악했던 데 반해 도 교수는 일제를 무찌르는 혁명의 힘을 상징한다고 보았다. “육사는 식민 치하에서 민족혁명운동에 직접 뛰어들고자 하였으며, 자신의 시와 노래가 행동이 되어야 한다고 확신하였다.” 도 교수의 육사 시 재해석은 이육사의 삶의 행로와 지향, 그리고 육사의 문학에 큰 영향을 끼친 동양 고전에 대한 깊이 있는 천착을 바탕 삼는다. 가령 ‘청포도’에서 손님이 “청포(靑袍)를 입고 찾아온다”는 구절과 관련해서는 두보의 시 ‘지후’(至後)와 ‘세병마’(洗兵馬) 등에서 청포가 반란자의 상징으로 나온다는 사실에 착안해, 육사가 그것을 “긍정적인 혁명가의 이미지로 전환했다”고 도 교수는 풀이한다.
?도진순 창원대 사학과 교수. 창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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