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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는 ‘나쁜 지도자’ 멋대로 못하게 씨알 주도 ‘개헌’을”

등록 2017-12-04 19:35수정 2017-12-04 21:09

[짬] 씨알재단 김원호 이사장

김원호 씨알재단 이사장
김원호 씨알재단 이사장

“온 나라와 백성을 쑥대밭으로 만든 임진왜란(1592~98년)이 끝난 지 약 10년 만인 1607년, 조선은 철천지원수인 일본과도 국교를 회복하고 조선통신사를 파견했습니다. 그런데 동족상잔을 겪은 지 60년이 더 지나도록 남북은 이러고 있으니, 이게 말이 되나요? 분단과 동족대결이 너무 오래 우리 민족의 발목을 잡고 있어요. 하루빨리 남북관계를 회복해 공존·공생·공영으로 나아가야 합니다.”

지난 1일부터 국민 누구나 토론자·발의자·집필자로 참여할 수 있는 인터넷 열린 공간 ‘국민주권새헌법’(changecorea.co.kr:5000)의 문을 연 씨알재단 김원호(69) 이사장은 우선 “‘대한민국의 영토는 한반도와 그 부속도서로 한다’로 돼 있는 헌법 제3조 영토 조항부터 현실에 맞게 고쳐야 한다”고 했다.

“우리가 대대손손 제대로 잘 살아가려면 북과 싸우기만 할 것이 아니라 북 체제를 보장해주고 삶의 수준도 끌어올려 함께 사는 방도를 강구해야 합니다. 그래서 개헌이 시급합니다.”

사이트는 씨알재단이 만들되, 흥사단·헌법개정여성연대 등이 속한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가 주도하는 ‘국민주도헌법개정 전국네트워크’ 등과 협력해서 운영한다. 위키피디아처럼 시민들 누구나 개헌 관련 정보를 교환하고 자신만의 의견을 올릴 수 있다.

왜 사이트를? “2016년 겨울부터 2017년 봄 우리 씨알들은 공동체를 위기에서 구하고자 촛불을 들었어요. 그 촛불시민혁명의 정신은 헌법 개정에 의해 완성돼야 합니다. 그래서 더 많은 사람들이 헌법 개정 과정에 참여할 수 있는 방법으로 사이트를 열었습니다. 이 사이트가 헌법 개정을 공론화하고 국민 대표성을 명확히 하는 데 기여하길 바랍니다.”

그는 무엇보다 이명박 정권의 4대강 사업,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같은 사건이 다시 일어나지 않게 할 제도적 장치를 고민했다. “설혹 악인이 지도자가 되더라도 나라 전체가 흔들리는 일은 없게 만들자, 그래서 국민 주도하에 새 헌법을 만들어보자는 생각을 하게 되었죠.”

1일 ‘국민주권새헌법’ 누리집 개설
국민 누구나 토론·발의·집필 가능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함께 운영
“통일 위해 ‘영토 조항’부터 바꿔야”

변리사 출신 독실한 가톨릭 신자
“방관자 삶 반성…현실참여 나설 것”

이는 2007년 설립한 씨알재단의 근간인 다석 유영모와 함석헌의 씨알사상과도 부합한다고 그는 말한다. “씨알사상의 핵심은 참다운 삶, 살리는 삶, 나누는 삶, 실천하는 삶을 통해 생명 그 자체의 고귀함을 오롯이 피워내고 이어가는 데 있습니다. 이는 씨알들 스스로가 축복받은 존재임을 자각하고 공동체의 일원으로 서로 존중하며 연대해야 한다는 것을 뜻합니다. 그러려면 나라의 근본인 헌법을 ‘주권재민 정신’으로 바로 세워야 합니다.”

그는 대의민주주의의 약점을 보완할 수 있도록 직접민주주의 요소를 더욱 강화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대규모 자연환경 파괴나 국가의 명운이 걸린 대규모 사업은 인터넷(전자) 국민투표 등을 통해 국민의 의사를 직접 물어야 하고, 국회의원 비례대표제를 지금보다 훨씬 더 보완·강화해야 하며, 국회의원들을 국민들이 소환할 수 있는 장치도 강화하고, 정치인들이 정쟁에 골몰해 필요한 법안을 만들지 않거나 법률 제정을 방해할 때는 국민이 직접 법안을 발의할 수 있도록 국민표결·국민발안·국민소환 제도를 강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헌법을 바꾸어야 가능한 일이지요.”

그는 1981년 변리사로 등록한 뒤 지금까지 지식재산권 분야에서 한국 최고의 로펌으로 성장한 특허·법무법인 유미(YOU ME)의 대표를 맡고 있다. 또 진보적 평신도 조직인 천주교정의구현 전국연합 부설 신앙인사회학교 운영위원장과 학교장을 지냈을 정도로 독실한 가톨릭 신자다. 2004년 신앙인아카데미 원장 시절엔, 강사로 인연을 맺은 다석학회 회장 정양모 신부가 다석의 1956~57년 강의록을 바탕으로 <다석 강의>(현암사 펴냄)를 내도록 돕기도 했다. 그는 사막화하는 중국 내몽골지역 초원 되살리기, 맹그로브 생태복원, 친환경적 혼농임업 같은 사업을 벌이고 있는 에코피스아시아, 인터넷 신문 <가톨릭뉴스 지금 여기>, 우리신학연구소 등 여러 비정부기구(NGO) 시민조직 대표도 맡고 있다. 유미에선 내년 6월 은퇴할 예정이다.

“그동안 방관자로 살아왔다는 반성에서, 남은 생은 좀더 적극적으로 살아야겠다, 다석과 함석헌 사상을 보존하고 고취하는 일만이 아니라 개헌운동처럼 더 나은 사회를 위한 적극적인 현실 참여에 나서겠다는 각오를 하고 있습니다.”

그의 부친은 한국전쟁 때 고향 마을인 충북 진천을 점령한 인민군에게 끌려간 뒤 행방불명이 됐다. 그의 나이 세살 때였다. 국방군이 된 삼촌은 포항전투에서 전사했고, 지역의 가톨릭 공소(작은 교회) 교우회장이었던 조부는 피난민을 돌보다 전염병으로 쓰러졌다. 집안은 풍비박산이 났다. 어머니는 아들이 ‘빨갱이’로 몰릴까봐 내내 노심초사했다. 그래서 그는 ‘연좌제’를 피하고자 공무원이나 법관 등 ‘출신 성분’ 증명이 필요한 분야에는 일절 발을 들여놓지 않았다.

김 이사장은 ‘국민주권새헌법’ 사이트 운영에 씨알(국민)들이 소액 후원 방식으로 동참해주기를 바라고 있다. 씨알들의 참여가 필요한 것은 “헌법 개정은 정치의 영역이 아니라 우리나라, 우리 민족의 미래를 결정하는 가치관의 영역”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글·사진 한승동 선임기자 sdh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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