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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생각

‘문제적 18살’ 바이올린 메고 유럽을 방랑하다

등록 2017-12-14 19:32수정 2017-12-14 19:55

소년여행자
임하영 지음/천년의 상상·1만4800원

학교는 하루도 간 적이 없는 열여덟 소년이 바이올린을 둘러메고 유럽여행을 떠났다. 지은이 임하영은 여섯 살 때 유치원을 그만둔 뒤 지금까지 단 하루도 학교에 다니지 않았다. 어려서부터 남다른 길을 걸어왔기에 스무살을 앞둔 그의 마음은 좀 더 복잡했을 것이다. “나이를 먹어감에 있어 짜릿함보다는 두려움이 앞섰다. 나에게는 연습이 필요하다. 전적으로 홀로서는 연습. 그러려면 우선 낯선 곳으로 가야 한다.”

프랑스에서 시작해 독일에서 끝나는 지은이의 88일 ‘방랑’은 하루하루가 새로운 만남이고 배움이다. 카우치 서핑(Couchsurfing·여행자들이 현지인들의 소파를 빌려 잠을 자는 여행)으로 여러 도시에서 만난 사람들은 자동차 엔지니어부터 기자, 의학도, 사진작가, 광대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뜻밖의 환대에 감동하기도 하고, 푸대접에 서러운 시간을 보내기도 하지만 ‘소년여행자’는 낯선 그들의 삶으로 성큼 걸어 들어간다.

지은이의 사회인문학적 탐구는 이들의 삶에서 유럽의 정치, 역사, 철학을 읽어낸다. 루브르 박물관에서 제리코의 <메두사호의 뗏목>을 보고 세월호를 생각하고, 친구의 할머니를 만나 ‘아르메니안 대학살’을, 뉘른베르크에서 나치 유대인 학살을 떠올린다. “여행의 분신이자 애증의 악기” 바이올린은 ‘생존 수단’이자 그만의 소통 창구가 된다. 그가 그리스인 요리사로부터 받은 친절에 연주로 보답하는 장면에서는 그들의 담박한 우정에 코끝이 찡해진다. 고독할 때마다 “흔들릴지언정 가라앉지 않는다”는 문구를 되뇌었다는 그의 여정을 따라가다 보면, 잊고 있던 청춘의 흔들림이 떠올라 조심스럽게 미소짓게 된다.

김지숙 기자 suoop@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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