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연 지음/문화과학사·2만5000원 국내에서 ‘문화연구’와 실천적인 문화운동의 길에 매진해온 대표적 연구자로 꼽히는 이동연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가 새 책 <문화연구의 종말과 생성>을 펴냈다. 지은이는 이전에 펴냈던 <문화부족의 사회>(2005), <문화자본의 시대>(2010), <대안문화의 형성>(2010)을 나름 ‘한국 문화연구 3부작’이라 부르는데, 새로 내놓은 책은 “새로운 여정을 다시 시작하는 이정표 같은 의미”라고 밝혔다. 앞선 3부작에서 문화연구에 대한 이론적 탐구가 충분치 못했다는 성찰도 담겼다. 문화연구는 1960년대 중반부터 영국 문화신좌파 그룹들의 주도로 “세계대전 이후 영국의 불안정한 사회상황에 따른 계급 모순과 탈산업사회로 이행하는 대량 문화생산 체제가 개인의 일상에 미치는 영향의 국면 속에서 발생”했고, 한국 사회에서는 90년대에 본격적으로 발전했다. 그러나 최근 들어 제도화, 계량화된 문화연구에 대해 “급변하는 자본주의 체제의 전지구적 상황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고, 현존하는 신자유주의 지배 체제에 적극적으로 저항하지 않는다”는 지적이 제기되는 등 ‘문화연구의 위기’에 대한 우려가 높다. 이에 대해 지은이는 지금 문화연구의 ‘종말’을 통해 새로운 문화연구의 ‘생성’을 꾀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1부에서는 초기 문화연구의 이론적 쟁점인 ‘이데올로기 비판’과 ‘정체성의 정치학’이 어떻게 새로운 관점으로 해체되거나 재구성되는지 살폈다. 문화연구의 역사적 기획 취지를 되새긴다면, 낡은 틀로 비판받는 이데올로기 비판이나 정체성의 정치학이란 토대를 주체와 해석의 정치, 정동과 이데올로기의 이론적 관계에 대한 탐구 등으로 시대에 맞게 새로 벼려내자는 것이다. 과거보다 훨씬 넓어진 문화연구의 이론적 지평을 훑어보는 2부의 내용이나, 한국 문화연구의 이론적 실천과 현실 문화운동과의 관계를 다룬 3부의 내용 역시 지은이가 제시하는 문화연구의 ‘종말과 생성’이라는 변증법적인 발전에 대한 가능성의 탐구로 읽힌다. 최원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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