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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생각

누가 여섯 청년의 눈을 멀게 했나

등록 2018-02-22 19:41수정 2018-02-22 19:53

실명의 이유
선대식 지음/북콤마·1만5000원

20~30대 청년 노동자 6명이 어느 날 갑자기 시력을 잃었다. 각기 다른 회사에서 일했던 이들의 공통점은 대기업 하청업체 파견노동자였다는 것. 삼성과 엘지 스마트폰 부품공장에서 일했으며 공정 중에 메탄올을 썼다는 것이다. “아무도 우리에게 메탄올이 위험하다고 말해주지 않았습니다.” 오마이뉴스 기자인 지은이가 한순간에 흑백 세상에 갇혀버린 청년들의 비극을 기록하고, 누가 이들의 눈을 멀게 했는지 파헤쳤다.

책은 2016년 이현순씨가 응급실에 실려 오는 장면으로 시작해, 잇따라 피해자가 나타났던 당시 급박한 상황부터 청년들을 ‘죽음의 공장’에 보냈던 파견업체·공장 사장들의 재판 과정 등을 생생히 담았다. 이들의 눈을 앗아간 것이 1960년대 이전에나 벌어졌던 ‘메탄올 중독 실명’이란 사실이 밝혀진 뒤에도 파견법 확대를 외치던 박근혜 정부와 불법을 저지르고도 실형을 면한 사업주들의 모습은 답답하고 부조리한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여섯 청년의 사연과 현재 삶 또한 충실히 담겼다. 지은이는 인터뷰를 통해 어린 딸을 둔 엄마, 상견례를 앞둔 연인, 군 제대 뒤 집 주변 공장에 취업한 사회초년생이었던 평범한 이들의 일상이 어떻게 산산이 조각났는지 차분히 되짚는다. 유엔인권이사회에 참석해 피해 상황을 알린 김영신씨의 발언은 안타까움을 더한다. “저는 여러분의 휴대폰을 만들다가 시력을 잃고 뇌 손상을 입었습니다. 지금 여러분 손에 있는 것에 제 삶이 담겨 있습니다”. 이들의 이야기는 오마이뉴스와 다음 스토리펀딩에 소개되었고, 지은이는 같은 글로 2017년 제10회 노근리평화상을 수상했다.

김지숙 기자 suoop@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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