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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생각

“인면조가 불러낸 고구려사 관심 ‘남북 공조 연구’로 살려야”

등록 2018-02-26 20:49수정 2018-02-26 20:54

【짬】 밀리언셀러 역사저술가 박영규 작가

지난 21일 고양시 한양문고 주엽점에서 만난 박영규 작가가 자신의 밀리언셀러 ‘실록 시리즈’ 책들을 소개하고 있다. 사진 박경만 기자
지난 21일 고양시 한양문고 주엽점에서 만난 박영규 작가가 자신의 밀리언셀러 ‘실록 시리즈’ 책들을 소개하고 있다. 사진 박경만 기자

최근 평창겨울올림픽 개막식에서 ‘인면조’ 등 고구려 벽화가 등장해 큰 화제를 모았다. 이를 두고 중국의 동북공정에 맞서 ‘고구려 역사가 우리 것’이라는 메시지를 세계에 알렸다는 평가가 나오기도 했다.

“중국의 동북공정에 대처하려면 만주지역 전문 연구자가 많이 나오도록 국가 차원의 지원과 고구려사 연구에 대한 남북 공조가 절실합니다. 무엇보다 체계적인 역사교육이 가장 중요합니다.”

모두 200만권이 팔린 밀리언셀러 <한 권으로 읽는 조선왕조실록> 등으로 이름난 대중역사 저술가 박영규(52) 작가는 지난 21일 고양시의 한 서점에서 만나 ‘동북공정’ 공세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경기도 고양에서 8년제 대안학교 다산학교를 설립한 그는 지난해 10년 만에 교장에서 물러난 뒤 다시금 왕성한 저술작업을 하고 있다.

신문·출판사 편집장 맡아 역사 관심
“마땅한 책 드물어 직접 정리 20여년”
‘한권으로 읽는 실록 시리즈’ 300만부
앞으로 대중서 20여권 더 써낼 계획

중국 동북공정 공세 ‘배경 이해’ 중요
“만주지역 전문가 등 국가 지원 절실”

그는 우선 중국이 ‘동북공정’을 들고나온 배경을 알아야 한다고 했다. “56개 다민족 국가로 넓은 땅을 가진 중국의 역사관은 ‘영토사’이고, 단일민족으로 작은 땅을 가진 우리는 ‘민족사’ 중심입니다. 중국은 어느 민족이 차지했든 현재 영토를 자신의 역사로 보는 반면, 우리는 한민족이 거쳤던 땅을 우리 역사로 보는 거죠.” 이어 그는 “중국은 현재 영토에 속한 발해와 고구려뿐 아니라 티베트, 위구르, 몽골까지 역사에 포함시키고 있는데 56개 민족의 통합과 지배권을 확립해야 하는 중국으로서는 어쩌면 당연한 것”이라고 했다. 실제로 한족이 중국 영토를 차지한 건 진·한·당·송·명 다섯 왕조뿐이고 나머지는 이민족의 역사라는 것이다.

“문제는 우리의 대응전략인데, 분단으로 고구려 땅인 북한과 중국의 문화유적 등에 대한 접근이 어렵고, 소수의 학자들만으로는 국가적 지원을 받는 중국에 맞서기가 불가능해요. 감정적 대응이 아니라 우리 나름의 논리를 개발해야 합니다.”

그는 “과거 중국은 고구려나 부여 역사를 백제, 신라 등과 함께 ‘동이족’의 별개 역사로 다뤄왔어요. 하지만 현대에 와선 만주지역의 고구려 유물 등 문화재 영유권을 주장하려다 보니 조선족도 소수민족의 하나로 보고 중국사로 간주하는 것이죠. 이는 스스로 쓴 역사를 뒤집는 행태”라고 지적했다.

그가 지은 ‘한권으로 읽는 실록’ 시리즈는 1996년 <조선왕조실록>을 시작으로 <고려왕조실록> <백제왕조실록> <신라왕조실록> <고구려왕조실록> <대한민국대통령실록>에 이어 지난해 <일제강점실록>까지 모두 7권으로 완성됐다. 그의 ‘실록 시리즈’는 지금까지 300만권가량 팔린 것으로 추산되며, 한국에서 발간된 역사서에 관심이 별로 없는 일본에서도 ‘조선왕조실록’과 ‘대한민국대통령실록’이 번역됐다.

박씨는 지난해 <일제강점실록>을 마지막으로 통사 저술을 마무리 짓고, 붕당·전쟁·반역 등 특정 주제를 다루는 저술작업에 열을 쏟고 있다. 이미 지난해 동서 분당에서 시파·벽파까지 230년간 조선 권력의 계보학이라 부를 만한 붕당정치의 흐름을 정리한 <조선붕당실록>과, 12개의 반역 사건으로 읽는 <조선반역실록>을 펴내 화제를 모았다. 이어 이달 초 ‘목민심서’ ‘난중일기’ ‘동의보감’ 등 조선시대 주요 저서 16종의 탄생 과정과 핵심 내용을 담은 <조선명저기행>을 출간했다. 그는 올해 <조선관청기행> <조선전쟁실록> 등 5권을 비롯해 앞으로 20권가량 대중역사책을 더 펴낼 계획이다.

역사 전공이 아닌 그가 역사책 저술가가 된 것은 1990년대 중반 해동불교신문사와 출판사의 편집장을 맡아 역사 공부에 빠지면서부터다. 그는 “이전에 나온 역사책들이 흥미 위주의 야사가 대부분이고 왕조사도 제대로 정리된 책이 없어 통사 형태로 실록을 정리해보자고 했다. 그때만 해도 조선왕조실록이 완역되지 않아 73년 한글로 번역된 북한판 <이조실록>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고 말했다.

그의 작업에 힘입어 역사책은 인문학의 한 부분에서 독립 장르로 자리잡았고, 20~30대까지 관심과 저변을 넓혔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는 98년 중편 <식물도감 만드는 시간>으로 신인문학상(문예중앙)을 받은 소설가이기도 하다.

지난 박근혜 정부 때 벌어진 국정교과서 논란과 관련해 그는 “국정이나 검정이나 압축해서 외우는 방식은 똑같다. 단순한 암기과목이 아니라 국어·토론·독서교육 등과 결합해 역사를 이해하도록 교육체계를 바꾸는 게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고양/박경만 기자 mani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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