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소설 ‘언어의 7번째 기능’
바르트 죽음이 타살이라는 설정
프랑스와 미국 지식인들 총출동
바르트 죽음이 타살이라는 설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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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랑 비네 지음, 이선화 옮김/영림카디널·1만5800원 이토록 화려한 캐스팅이라니! 이토록 세련된 지적 유희라니! 그리고 이토록 거침없는 상상력이라니! 프랑스 작가 로랑 비네(46)의 소설 <언어의 7번째 기능> 얘기다. ‘누가 롤랑 바르트를 죽였나?’라는 한국어판 부제가, 말하자면 소설의 출발점이다. 프랑스의 구조주의 철학자이자 기호학자, 비평가인 바르트는 1980년 2월25일 파리에서 세탁물 운반 트럭에 치여 한달 뒤인 3월26일 숨을 거두었다. 여기까지는 바르트의 죽음에 관한 객관적 사실. <언어의 7번째 기능>의 작가는 그러나 그 죽음이 단순 사고사가 아니며 배후에 모종의 비밀과 음모가 도사리고 있다는 전제를 설정한다. 그 비밀을 요약한 것이 바로 책의 제목인 ‘언어의 7번째 기능’이다. 러시아 출신 언어학자 로만 야콥슨에 따르면 언어에는 여섯가지 기능이 있다. 지시적 기능, 감정표현적 기능, 능동적 기능, 친교적 기능, 메타언어적 기능, 시적 기능이 그 여섯. 그러나 야콥슨이 ‘마법 혹은 주문적인 기능’이라 표현했고 영국 언어학자 존 오스틴이 ‘수행적’ 기능이라 이론화한 또 하나의 기능이 있다. “발화와 동시에 행위가 일어난다”는 것인데, 하느님이 빛이 있으라 하시니 빛이 생겨났다는 창세기의 말씀이 단적인 예다. 언어가 곧 행동과 현실로 바뀌는 이 일곱번째 기능의 가치와 위력을 소설 속에서 이탈리아 기호학자 움베르토 에코는 이렇게 설명한다. “이런 기능을 알게 된 사람, 그것을 마음대로 구사할 수 있는 사람은 아마도 세계의 주인이 될 수 있겠죠. 그 힘은 무궁무진할 겁니다. 모든 선거에서 이길 수 있을 것이고 군중을 뜻대로 움직일 수 있을 것이며 혁명을 일으키고 여자를 유혹하고 상상할 수 있는 모든 물건을 팔 수 있을 것이고 (…) 원하는 건 뭐든지, 어떤 상황에서든 차지할 수 있을 겁니다.” 바르트는 바로 이런 언어의 일곱번째 기능을 손에 넣었다가 살해당했다. 그가 확보했던 기능 또는 능력을 눈치채고 빼앗으려는 움직임은 크게 두 방향에서 온다. 선거를 앞둔 발레리 지스카르 데스탱 대통령 진영, 그리고 바르트의 동료이자 후배 학자인 쥘리아 크리스테바와 필리프 솔레르스 부부가 그들이다. 정보국에서 파견된 중년 수사관 바야르는 학자들이 구사하는 전문 용어와 학계 동향 등에 관한 도움을 받고자 뱅센 대학의 젊은 기호학 강사 시몽을 ‘통역사’로 고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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