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니엘 슈라이버 지음/스노우폭스북스·1만5000원 “알코올 중독은 어떤 경우에도 태연함을 가장한 질병이다” 술을 사랑하는 것을 질병이라 생각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전날의 음주로 끊긴 기억과 숙취를 안고 아침을 시작하더라도, 술에 얽힌 실수는 낭만적 일화로 포장되고 일상을 다채롭게 만들어주는 영웅담이 된다. 술이 삶에 선사했던 찬란한 기억들은 몇 년이 지나도 선명하지만 그동안 놓쳐버린 시간과 돈, 관계들은 손쉽게 소거된다. 책은 한 번도 심각하게 생각해 본 적 없는 질문에서 시작된다. “당신은 술 없는 삶을 상상할 수 있습니까?” 애주가이자, 작가·저널리스트인 지은이는 자신의 알코올 의존증을 ‘지독한 사랑’으로 표현한다. 술과의 사랑을 시작했던 근사한 기억들에서부터 오랜 시간 벗어나고 했으나 여러 번 실패했던 ‘이별 전쟁’의 과정, 그리고 마침내 한 방울도 마시지 않게 되기까지의 자전적 과정을 재치있고 솔직담백하게 적고 있다. 술에 관대한 독일의 환경은 우리에게도 낯설지 않다. 술 권하는 문화, 중독을 인정하지 않는 자기 기만, 그리고 이에 대해 침묵하는 사회 분위기까지. 지은이는 수많은 개인적 에피소드와 다른 사례, 연구들을 통해 아무도 똑바로 보려 하지 않는 술의 파괴적인 본 모습을 지적한다. 지은이는 알코올 중독이 ‘아이러니한 질병’임을 강조한다. 장기적인 음주가 실제로 뇌세포의 변형을 일으켜 중독을 일으키지만 과음의 책임은 늘 개인에게 돌아간다는 것이다. 알코올 의존증을 겪고 있는 사람들은 나약하고 무절제하다는 편견에 시달린다. 하지만 음주를 주 몇회 등으로 제한하는 것은 ‘치료제’가 되지 못했다. 지난 50년간 알코올 문제를 연구한 사회학자에 따르면, 술을 제한하는 방법으로 금주에 성공한 사람은 한 명도 없었다. 김지숙 기자 suoop@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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