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깐 독서]
유종일, 권태호 지음/페이퍼로드·1만5800원 문재인 정부 들어 적폐청산이 진행 중이다. 일각에서는 그 필요성을 부인한다. 하지만 권태호 <한겨레> 논설위원의 질문에 유종일 지식협동조합 좋은나라 이사장(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은 “적폐청산을 잘하는 게 당장 올해, 내년 성장률에 영향은 없다. 하지만 (적폐청산을 통한) 기본을 잘하는 게 중요하고, 시간이 지나면서 엄청나게 큰 차이를 만든다”라고 답한다. 즉 적폐청산은 당장 경제적 효과는 없지만, 공정경제의 기초가 되는 신뢰자본을 쌓을 수 있다고 설명한다. 이어 적폐청산의 제도적 완성을 위해 권력 집중과 경제 양극화에 무기력한 87년 체제를 극복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구체적으로 다당제가 실현될 수 있는 선거제도 개선과 합의제 민주주의 성숙, 경제민주화를 강화하는 개헌 등을 제시한다. 유종일 이사장은 또 경제민주화를 위해 단절해야 할 과거 담론들을 ‘4대 마약’으로 표현한다. 투자 만능주의, 수출 우선주의, 단기 성과주의 그리고 선택과 집중 논리가 그것이다. 철 지난 담론으로 경제 처방이 대증적으로 이뤄질 뿐, 경제 패러다임 혹은 정책 레짐의 근본적 변화가 없다는 것이다. 4대 마약을 끊어야 혁신성장과 소득주도성장이라는 새로운 성장모델을 만들 수 있다는 게 그의 진단이다. 유 이사장이 답하면서 언급하는 여러 경제학 이론과 책, 칼럼 등은 또 다른 재미를 준다. 예를 들면 막스 베버의 고전 <프로테스탄티즘의 윤리와 자본주의 정신>에 대한 반박으로 미국 캘리포니아 주립대 로스앤젤레스(UCLA)의 경제학자인 스탠리 엥거만과 케네스 소콜로프의 이론을 얘기한다. 이정훈 기자 ljh9242@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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