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비드 포스터 월리스 산문집 출간
크루즈 여행 비판, 테러장면 재방 냉소
자살로 삶 마감한 작가의 자학과 절망
크루즈 여행 비판, 테러장면 재방 냉소
자살로 삶 마감한 작가의 자학과 절망
데이비드 포스터 월리스 지음, 김명남 옮김/바다출판사·1만6800원 미국 작가 데이비드 포스터 월리스(1962~2008)는 한국에는 잘 알려지지 않았다. 미완성 유작을 포함해 장편소설 셋과 소설집 셋, 산문집 셋 등을 냈는데, 특히 두번째 장편 <무한한 재미>(Infinite Jest, 1996)는 <타임>이 선정한 20세기 100대 영어 소설에 포함된 문제작이다. 그러나 이 책을 비롯한 그의 소설은 한국어로 옮겨지지 않았고, 대학 졸업식 축사를 담은 책 <이것은 물이다>(2009)가 유일하게 번역 출간되었다(2012년). <재밌다고들 하지만 나는 두 번 다시 하지 않을 일>은 그의 산문집 세권에서 가려 뽑은 에세이 아홉편을 엮은 책이다. 1997년에 낸 첫 산문집의 표제작을 제목으로 삼았고, <랍스터를 생각해봐>(2006)와 <육체이면서도 그것만은 아닌>(2012)의 표제작들과 비평 및 서평 성격 글들, 그리고 9·11 테러에 관한 글 등이 묶였다. 월리스의 에세이는 분야와 소재가 매우 다양하고, 때로 불필요해 보일 정도로 각주(의 각주)를 남발한다는 특징을 지닌다. 카리브해 호화 크루즈 탑승기인 표제작을 비롯해 랍스터 축제 참관기, 테니스 선수 로저 페더러에 관한 글, 카프카와 도스토옙스키에 관한 비평 및 서평, 9·11 테러에 대한 비딱한 관찰기, 영어 사전 서평 형식을 빌린 언어사회학적 에세이 등은 그가 어떤 소재와 주제든 자기만의 방식으로 소화하는 재능을 지닌 작가임을 알게 한다. 월리스의 에세이를 읽다 보면 염세적이고 냉소적이며 신경질적일 정도로 예민한 작가의 성격이 만져질 듯 다가온다. 특히 옮긴이 김명남이 “이만큼 짜릿한 글을 어디에서도 읽어본 적이 없다”고 극찬한 이 책 표제작은 그 소재인 호화 크루즈 여행뿐만 아니라 월리스라는 인간에 관해서도 많은 것을 알려준다.
미국 작가 데이비드 포스터 월리스. 그의 산문집 <재밌다고들 하지만 나는 두 번 다시 하지 않을 일>을 편역한 김명남은 “다만 괜찮은 한 인간으로 중독되지 않고 자살하지 않고 살아가고자 애쓰는 데 자신이 가진 엄청난 에너지를 쏟아부었다”고 그를 평했다. ⓒMarion Ettlinger, 바다출판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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