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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생각

강화도에서 만난 익숙한 듯 특별한 것들

등록 2018-04-12 19:54수정 2018-04-12 20:08

 
 
강화도 지오그래피/함민복 외 16인 지음/작가정신·1만8000원
강화도의 나무와 풀/박찬숙·강복희 지음/작가정신·4만5000원

서울·경기 주민들에게 강화도는 지척에 있어서, 또는 너무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해서 무심해지는 특별한 곳 중 하나다. 청동기 고인돌부터 마니산 참성단, 전등사, 병인양요와 강화도조약 등 교과서 속 일반명사처럼 여겨지던 강화도의 고유명사로서의 가치를 환기하는 두 권의 책이 나란히 나왔다.

<강화도 지오그래피>는 강화도를 자연, 역사, 사람, 문화 네 개의 갈래로 나눠 16명의 글을 실었다. 책의 맨 앞에 놓인 함민복 시인의 글은 책과 함께 강화도로 들어가는 입구와 같은 역할을 한다. 시인은 “가랑잎이 바스럭거리”는 잘 마른 길을 따라 “새싹 돋은 조팝나무”를 들여다 보며 천천히 전등사를 향해 걷는다. 단군의 세 아들이 쌓았다는 정족산성 길을 따라 가다가 달맞이 고개를 지나 전등사로 향하는 여정에서 만나는 풍경들에는 가닥가닥 역사의 흔적들이 새겨져 있다. 하다못해 전등사에서 만나는 오래된 소나무들조차 일제강점기에 전쟁에 쓰려고 송진을 채취한 흔적들을 품고 있다. 편의상 ‘자연’과 ‘역사’를 분리해 놓았지만 이 유서깊은 섬에서 자연과 역사는 하나처럼 엮여 이야기를 펼쳐낸다.

선두리 일몰. 작가정신 제공
선두리 일몰. 작가정신 제공

대한성공회 강화성당. 작가정신 제공
대한성공회 강화성당. 작가정신 제공

강화도에서 20년 가까이 살아온 천문학 저술가 이광식 씨는 일몰로 유명한 강화도 밤하늘의 아름다움을 묘사한다. 인공적인 불빛이 별 관측을 방해하는 빛공해가 점점 심해지면서 별지기들의 입지가 좁아지고 있는 요즘 강화중학교가 ‘별지기들의 성지’로 통한다고 한다. ‘사람’편에서는 김성수 성공회 대주교, 독립운동가 조봉암, 한글 점자를 만들고 보급에 평생을 바친 박두성 등 강화도 출신의 걸출한 인물들 뿐 아니라 현대사의 한복판을 통과한 필부들을 소개하는데도 할애한다. 서씨 할머니는 강화내가초등학교 교장의 딸로 태어나 화목한 가정에서 자랐지만 6·25 전쟁 때 아버지가 실종되고 어머니와 막내동생이 학살당하는 고초를 겪는다. 빨갱이 가족 낙인으로 친척들도 외면하면서 여동생과 남동생이 굶주림으로 죽었고, 고아원에서 함께 자란 남동생마저 1961년 반공교육을 받고 귀가하던 중 한강에서 익사체로 발견됐다. 서씨 할머니는 가족들의 억울한 죽음을 잊지않기 위해 진상규명을 위한 활동에 나서 팔순에 이르기까지 치열한 싸움을 이어갔다. 이밖에 뒷부분에 소설가 구효서가 추억하는 고향 강화도의 어린 시절과 성석제가 특유의 재치로 풀어놓는 강화도 맛집 이야기는 읽는 것만으로도 큰 즐거움을 준다.

손돌목돈대와 강화 강성보. 작가정신 제공
손돌목돈대와 강화 강성보. 작가정신 제공

강화도 마니산 전경. 작가정신 제공
강화도 마니산 전경. 작가정신 제공

<강화도의 나무와 풀>은 2009년부터 강화나들길을 걸으며 나무와 풀을 관찰하기 시작한 두 저자가 본섬과 석모도, 교동도, 볼음도, 주문도, 아차도의 산과 갯가, 저수지를 누비며 찾아낸 563종의 식물에 관한 꼼꼼한 기록이다. 600년된 관청리의 느티나무,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마니산 참성단 소사나무 등 강화도를 상징하는 나무들과 함께 멸종위기 야생식물인 솔붓꽃과 매화마음, 아파도의 고란초 등 꽁꽁 숨어있는 보석을 찾아내 독자들의 눈 앞에 펼쳐 놓는다.

김은형 기자 dmsgud@hani.co.kr, 사진 작가정신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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