찰스 스펜스 지음, 윤신영 옮김/어크로스·1만6800원 우아한 분위기에서 맛있는 음식을 먹는 즐거움이 없는 삶은 ‘앙꼬 없는 찐빵’이다. ‘기독교는 ‘7대 죄악’의 하나로 ‘식탐’을 꼽았지만 ‘먹방(먹는 방송)’의 인기는 식을 줄 모른다. 사람은 어떤 음식을 왜 맛있다(혹은 맛없다)고 느끼는 걸까? 그저 혀의 미각수용체가 감각하는 게 전부일까? <왜 맛있을까>는 바로 이런 의문을 과학적으로 탐구한 책이다. 영국 옥스퍼드대 통합감각연구소장이자 심리학자로 이그노벨상(괴짜과학상) 수상자이기도 한 찰스 스펜스 교수가 인지과학, 뇌과학, 심리학, 디자인, 마케팅 기법까지 다양한 실증적 연구 결과를 토대로 풍성한 맛의 세계를 펼쳐보인다. 지은이는 음식의 색깔, 냄새, 소리와 식감, 심지어 식기의 무게와 질감, 레스토랑의 음악, 접시에 담는 양과 모양새, 테이블 세팅에 이르기까지 음식에 관한 모든 것을 섬세히 관찰하고 설문하고 분석했다. 예컨대 “경쾌한 음악은 단맛을, 고음의 음악은 신맛을, 신나는 음악은 짠맛을, 부드러운 음악은 쓴맛을 더 잘 느끼게 한다.” 바삭, 오독, 아삭 소리를 전 세계 사람이 다 좋아하는 이유는 그 음식이 신선할 것이란 기대감 때문이다. 감자칩 포장지가 시끄럽게 바스락거리는 것도 이런 심리 마케팅의 결과다. 자꾸 손이 가는 간식이 원망스럽다면, 회피 본능을 자극하는 빨간색 그릇에 담아두시라. 화이트와인에 검붉은 색소를 섞은 와인잔을 받아든 사람은 레드와인의 향을 맡는(다고 착각한)다. 이밖에도 혀가 아닌 뇌가 모든 정보를 종합해 맛을 느낀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재밌는 사례가 차고 넘친다. 과학 전문기자의 맛깔스런 우리말 번역도 읽는 맛을 더한다. 조일준 기자 ilj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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