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성평등연구회 지음/마티·1만3000원 ‘성평등 교실’을 만들기 위한 페미니스트 선생님들의 고군분투기. 초등성평등연구회 소속 교사 아홉 명이 혐오와 성 고정관념이 깊게 뿌리 내린 학교에서 페미니즘 교육 실천을 위해 애쓴 과정과 치열한 고민, 성취들을 솔직하고 구체적으로 담았다. 2016년 5월17일 강남역 살인사건을 계기로 만들어진 초등성평등연구회가 사건 2주기를 앞두고 발간한 이 책에는 우리 안의 뿌리깊은 여성혐오가 얼마나 어렸을 때부터 공고히 만들어진 것인지에 대한 자화상이 담겼다. 책은 페미니즘 교육이란 ‘남자’와 ‘여자’를 미리 구별해 판단하지 않는 것에서부터 시작한다고 말한다. “우리 아이가 남자아이라서 힘드시죠”라거나 “딸 애가 운동을 너무 좋아해 걱정된다”는 보호자의 고정관념에서 아이들 개개인의 성격과 개성은 간단히 소거된다. 선생님들은 아이들이 얼마나 다채롭고 모순적인 존재인지 설명하며, 성별이라는 작은 틀에 아이들을 가두는 것은 “작은 서랍에 누군가를 넣고 잠가버리는” 행위임을 강조한다. “페미니즘은 단 하나의 진실이 존재한다는 생각 자체에 문제를 제기한다.” 글을 쓴 교사들은 이것이 학교에 페미니즘이 필요한 이유라고 말한다. ‘남자 아이의 기를 죽이기 위한 교육’이 아닌 성별과 상관없이 자기 자신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하는 교육, 여성을 포함한 모든 인간을 향한 교육이라는 것. ‘이 아이가 인생에서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페미니스트 교사를 만나고 있다는 심정으로’ 아이들을 마주한다는 한 교사의 말에서 이들의 열정과 사명, 절절한 사랑이 뭉클하게 다가온다. 책 말미에 이들 선생님에게 합격점을 받은 그림책 일곱 권이 소개되어 있다. 김지숙 기자 suoop@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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