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등빚는 한국사회 합리적 소통위한 작은 발판 마련
역사를 통틀어 갈등이 존재하지 않은 때와 장소는 없었다. 문제는 그 갈등이 퇴행의 불씨가 되느냐, 진보의 거름이 되느냐에 있다. 한국 사회의 과제도 다르지 않다. ‘협치와 소통’은 이에 대한 하나의 대안일 수 있다.
2일 고려대 한국사회연구소 주최로 이 대학 국제관에서 열린 ‘한국사회의 갈등과 사회통합’ 학술심포지엄에서 조대엽 고려대 교수(사회학)는 “지금 한국사회는 ‘복합갈등’의 전형적 모습을 보이고 있다”며 “협치의 시스템과 합의의 문화를 통해 유연적 사회통합을 추진해야 한다”고 밝혔다.
조 교수가 보기에 최근의 사회갈등은 전지구적 거대 사회변동과 국내적인 전환기 정치변동이 겹친 결과다. 이로 인해 “제도의 빠른 변화에 조응하지 못하는 일종의 문화지체 현상”까지 나타나고 있다. 제도와 문화의 수준에서 조정과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한 복합갈등이 일종의 ‘대혼란’ 양상으로 등장하고 있는 셈이다.
조 교수는 국가-시장-시민사회를 거대하게 재구조화하는 이런 변화를 오히려 가속화시킬 것을 제안했다. 다만 이는 “탈근대적 해체의 전망이 아니라 사회통합의 윤리로 복귀시키는” 과정이다. 그 중심에 ‘협치’가 있다. 조 교수가 말하는 협치란 “다양하게 분산된 제도적 구심들을 통해 갈등적 가치와 지향들이 절차적으로 합의할 수 있는 네트워크화된 통치 과정”이다. 이를 통해 국가-시장-시민사회는 서로 협조적인 연계를 가지면서 “사회의 공동성을 유지할 수 있는 개방적 결속의 양식”을 확보할 수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 시민운동의 구실이 필요하다. “민주화운동의 잔여적 과제에 매달려 정치개혁을 위한 저항의 전략을 추구”했던 시민운동이 이제 “대립과 갈등을 해결하는 합리적 소통의 통로 역할”도 자처해야 한다는 것이다. 시민운동이 형성한 ‘공론’의 장은 “수많은 이슈들이 정치화되고 주창되는 ‘사회운동사회’를 촉진시켜 능동적·자율적·합의적 시민문화를 구축할 수 있다”는 게 조 교수의 판단이다.
이날 심포지엄에선 이밖에도 세대갈등(전상진 서강대 교수), 지역갈등(김영정 전북대 교수), 시장갈등(한준 연세대 교수) 등의 주제로 발표와 토론이 이어졌다. 갈등이 꼬리에 꼬리를 무는 현실에 최소한의 합리적 소통을 위한 작은 발판을 마련하려는 학계의 노력이었다.
안수찬 기자 ah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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