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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생각

거미줄에 걸린 무당벌레 어떻게 됐을까

등록 2018-05-17 20:15수정 2018-05-17 20:29

꽃을 선물할게
강경수 글·그림/창비·1만3000원

“곰님. 죄송하지만 거미가 돌아오기 전에 저를 이 거미줄에서 구해 주실 수 있을까요?”

산책하는 곰에게 무당벌레가 애원한다. 거미줄에서 무당벌레를 구하는 곰의 미소를 예상하고 책장을 넘긴 순간 곰이 말한다. “내가 너를 살려주면 거미가 굶겠지? 그건 자연의 법칙에 어긋나는 일이야.”

보통의 예상을 뒤집으며 시작하는 그림책 <꽃을 선물할게>는 곰과 무당벌레의 익살스러운 ‘논쟁’을 통해 ‘생태계의 원리’에 대해 자연스레 생각해 볼 수 있는 책이다. 어른들은 둘 사이의 팽팽한 논쟁을 따라가며 ‘밀고 당기는’ 인간관계나 협상의 속성을 떠올릴 수도 있을 것 같다.

곰의 예상치 못한 ‘도발’로 시작된 이야기는 곰과 무당벌레가 각각 자신의 사정을 털어놓으며 ‘논리 대 논리’ 싸움으로 번진다. 무당벌레는 “거미는 뛰어난 사냥꾼이라 굶지 않을 것이다”, “그렇게 큰 걸 바라는 게 아니다. 큰손을 아무렇게나 흔들어 거미줄만 찢기는 정도면 된다” 등 온갖 논리를 동원해 자신을 살려달라고 곰에게 애원한다. 하지만 곰에게 ‘자연의 법칙’이란 무당벌레를 먹고 통통하게 살찐 거미가 여름에 자신을 괴롭히는 모기들을 처리하는 것이다. 즉 거미는 곰에게 ‘좋은 동물’이다. 물론 무당벌레는 좌절하지 않는다. 곰에게 자신도 ‘좋은 동물’이라는 것을 설득하기 위해 마지막 승부수를 던진다. 마지막 장에서 꽃들이 가득한 들판 가운데에 서 있는 곰을 만나면, 이 논쟁의 승자가 누구인지 가늠할 수 있다.

책장을 넘기다 보면 먹고 먹히면서도, 또 서로 돕는 생태계의 원리를 아이들과 자연스레 이야기해 볼 수 있을 것 같다. 곰과 무당벌레의 대화와 독백이 어우러지며 미묘한 긴장감을 주는 전개에 어른들도 읽는 재미를 느낄 수 있을 듯싶다. 4살 이상.

이승준 기자 gamj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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