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해자 지음/걷는사람·9000원 “밥맛 을 때 숟가락 맞드는 사램만 있어도 넘어가유,/ 단소리도 쭈욱 들이켜며/ 달 몇 번 윙크 하고 나믄 여든 살 되쥬?/ 애썼슈 나이 잡수시느라,/ 관 속같이 어둑시근한 저녁/ 수런수런 벙그러지는 웃음소리/ 불러주셔서 고맙다고, 맛나게 자셔주니께 고맙다고/ 슬래브 지붕 위에 하냥 떨어지는 빗소리”(‘언니들과의 저녁 식사’ 부분) 비 오는 저녁, 밥 먹으러 오라는 아랫집 전화에 내려갔더니 이웃 ‘언니들’이 둘러 앉아 있다. 인용한 대목은 덕담을 반찬 삼아 그 언니들과 밥을 나눠 먹는 장면이다. 천안 광덕에 터 잡아 살고 있는 김해자(사진)의 새 시집 <해자네 점집>에 나오는 작품. “밥과 술 그리고 웃음까지 나눠 먹는 이웃들과 친구들”(‘시인의 말’)의 우정이 정겹고 미쁘다. 아마도 이렇게 밥을 나누는 언니들 가운데 한 사람이 화자로 나오는 시 ‘날랜 여자’에서도 그 지역 특유의 입말은 건강한 생명력과 촌철살인의 해학을 실어 나른다. “지렁이가 꿈틀꿈틀헌다구유?/ 고거사 세멘 공구리 말이고 흙 우에선 안 그류/ 걍 크게 꿈틀하고 말쥬 두 박자꺼정 언제 가유/ 꿈틀하믄 벌써 샥, 흙덩이가 덮어주는디/ (…)/ 지렁이 좋아허냐구유/ 댁은 머 환장하게 좋아서 평생 서방 데꼬 사슈”(‘날랜 여자’ 부분) 입말의 생명력과 해학이 꼭 천안 언니들만의 몫은 아니다. 사드 배치 반대 시위에 나온 성주 ‘할매’의 말을 들어 보라. “떡도 주제 감빵도 주제 노래도 하제 머라 외치쌌제, 얼매나 재밌노. 집이 있으모 깜깜하니 혼차 테리비만 보고 심심한데 여그 나오니 얼매나 좋노. 야야 떡도 참말로 맛있대이, 살 값이 개사료 값만 모하다 아이가, 참말로 개누리라 카이.”(‘성주군청 앞마당에서’ 부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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