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인권지원센터 살림 기획·허주영 엮음/호랑이출판사·1만2000원 “한때 야동을 많이 봤다. 눈살이 찌푸려지는 것들까지 보게 되었을 때, 이게 아니다 싶었다. 실제로 사랑받고 아끼고 배려하면서 마음을 주고받는 것이 더 좋고 흥분된다.” “나는 욕구에 둔한 편이었다. 섹스에서도 나의 느낌이나 만족도에 대해 스스로 물어보지 못했다. 사십 년을 함께한 내 몸에 대해 모르는 것, 나 자신에게 묻지 않은 게 아직도 너무 많다.” 남자들의 고백이다. 여성인권지원센터 살림은 성매매 문제에 대한 새로운 접근을 모색하고자 남성들이 스스로 남성문화를 이야기하는 모임을 만들었다. 성매매 경험이 없는 참가자들은 성매매와 분리될 수 없는 남성문화에 대해 각자의 경험과 생각을 진지하게 풀어놓았다. 한 참가자는 “군대와 노동 현장은 똑같았다. 두 사회 모두 성매매 경험을 성인 남성의 기준으로 삼는다”고 했다. 그는 남자들이 성 매수에 부끄러움을 느끼도록 동료가 성매매 경험을 자랑할 때 “부끄러운 줄 알아야지!”라고 말하자고 제안했다. 다른 참가자는 “남자들은 개별적 자아이기보다 집단의 구성원으로 존재한다”며 남자들이 ‘개인’으로 돌아가려는 노력을 통해 남성문화를 바꿀 수 있다고 했다. 성매매 문제를 논하는 자리로 시작했지만 참가자들은 남자의 성과 섹스를 고민하는 단계로 나아간다. 자신의 성적 욕망을 솔직하게 얘기하는 대목에서는 남자를 좀 더 이해할 수 있게 된다. 남자들이 ‘여자를 대상으로 하는’ 성 이야기 말고 ‘진짜 남자들의’ 성 이야기를 나눌 때 얼마든지 즐겁고, 사회도 건강해질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준다. 이경미 기자 km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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