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혜영 지음/돌베개·1만4000원 영문학자 박혜영 교수(인하대)가 첫 저서 <느낌의 0도>를 상재했다. 생태론적 관점에서 여덟 작가의 작품과 사상을 소개하며 오늘날 지배적인 삶의 방식을 재고할 것을 호소하는 책이다. 레이철 카슨, 미하엘 엔데, 에른스트 프리드리히 슈마허, 웬델 베리, 마흐무드 다르위시, 존 버거, 아룬다티 로이, 헨리 데이비드 소로. 박혜영 교수가 호명한 여덟 작가는 성장과 발전, 효율성이라는 현대 문명의 원리에 반발해 글과 삶과 행동으로 맞선 이들이다. ‘생태적 상상력’이라는 이름으로 이들을 한데 묶을 수 있겠다. “지금까지와는 반대쪽으로 우리의 감각을 열어야 한다. 가령, 머리가 아니라 발의 직감을 믿고, 정신이 아니라 몸의 감각을 일깨워야 한다. (…) 과학이 아니라 문학에게 진실을 물어야 하고, 기술자가 아니라 작가의 눈으로 우주를 보는 법을 배워야 한다.” 머리말의 이런 대목을 과학 비판과 문학 예찬이라는 단순한 이분법으로 받아들일 일은 아니다. <침묵의 봄>으로 화학물질의 독성과 그를 둘러싼 침묵의 카르텔을 고발한 카슨은 생물학을 전공한 과학자였다. 그러나 그는 “과학자이기에 앞서,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을 볼 줄 아는 놀라운 시적 상상력과, 자연의 섬세한 순환 고리가 끊어지지 않도록 주의를 기울일 줄 아는 뛰어난 여성적 감수성을 지닌 작가였다”는 게 박 교수의 판단이다. 과학과 문학, 기술자와 작가가 반드시 적대적일 필요는 없는 것이다.
박혜영 인하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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