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퓰리처상 수상작 소설 <동조자>의 작가 비엣 타인 응우옌. “베트남전쟁에서 한국 병사들이 행한 잔학행위들을 1980~90년대 한국 소설 두어 권이 다루긴 했지만, 그 이후 한국의 대중문화와 전쟁기념관은 한국 병사들을 미국과 베트콩의 희생양으로만 기억하려 한다”고 <한겨레>와 이메일 인터뷰에서 말했다. 사진 제공 BeBe Jacobs
‘보트 피플’ 출신인 베트남계 미국 작가 비엣 타인 응우옌(47·남캘리포니아대 교수)의 소설 <동조자>는 2016년 퓰리처상과 펜 포크너상, 국제 더블린 문학상 등 미국 안팎에서 숱한 상을 휩쓸었다. 프랑스 피가 섞인 베트남인이자 이중 스파이라는 흥미로운 인물을 통해 베트남전쟁과 그 후유증을 독특한 시각에서 그린 이 소설의 한국어판(김희용 옮김, 민음사) 출간에 맞추어 <한겨레>는 작가와 이메일 인터뷰를 했다.
- 소설 첫 문장에서 화자는 “나는 스파이, 고정간첩, CIA 비밀 요원, 두 얼굴의 남자입니다”라며 자신의 양면성을 밝힌다. 베트남 출신 미국인이라는 작가의 양면성이 이 소설을 쓰는 데 어떤 영향을 주었나?
“나는 베트남에서 태어났지만 네 살에 미합중국으로 왔고, 미국 문화에 푹 젖어 성장했지만 내 근원이 베트남에 있음은 알고 있었다. 그와 동시에 미국 사회가 베트남 난민들의 갖가지 경험에 대해 아무것도 모른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 그래서 대학에 갈 무렵 내게는 베트남 및 아시아계 미국인들이 우리 자신의 이야기를 역설하고 미국인들의 무지에 이의를 제기하며 우리 조상의 나라들 혹은 아시아의 우리 출생 국가들에 다가가기 위해서는 문학, 예술, 문화에서 강한 목소리를 내야 할 필요가 있음이 자명해졌다. 나는 미국인들이 아시아인들과 베트남인들을 재현하는 방식의 전반적인 부정확성에 화가 났고, 그런 분노는 내게 글을 쓰도록 동기를 부여하는 데 도움이 되었다.”
- 소설에는 베트남전쟁을 다룬 영화 <지옥의 묵시록>을 연상시키는 영화 제작 장면이 길게 나온다. 그 영화를 어떻게 평가하나?
“내가 <지옥의 묵시록>을 본 건 열살 무렵이었다. 처음에는 미군 병사들을 응원했는데, 나중에 그들이 베트남 사람들을 죽이는 걸 보면서는 자신이 둘로 분열되는 느낌이었다. 나는 미국인인가 베트남 사람인가? 버클리 캘리포니아주립대에 들어간 뒤 나는 에드워드 사이드가 말한 ‘오리엔탈리즘’을 미국이 베트남에서 수행한 전쟁과 연결지을 수 있었다. 그 전쟁은 인종주의 전쟁이며 제국주의 전쟁이었고, 미국 서부와 필리핀, 일본, 한국, 베트남, 그리고 지금은 중동에서 펼쳐지고 있는 수세기에 걸친 미 제국의 팽창주의의 한 표출일 따름이었다. <지목의 묵시록>은 뛰어난 영화인 동시에 인종주의적 영화다. 제국주의를 비난하지만 동시에 ‘원주민’을 침묵시키고 삭제하기 때문이다. 소설에서 나는 이 영화를 떠올리게 하는 영화 제작 장면을 희화화함으로써 비웃고자 했다. 분노한 채로 살아남자면 웃을 줄 알아야 하기 때문이다.”
- 베트남전쟁과 그 후유증을 다루면서 스파이물이라는 장르를 택한 까닭이 궁금하다.
“나는 스파이 소설 장르의 팬이다. 그리고 내 소설이 진지하고 비판적인 것 못지않게 즐거움을 안겨주는 동시에 흥미진진하기를 바랐다. 게다가 베트남전쟁 당시에 중요한 공산당 스파이들이 실제로 여럿 존재했다. 마지막으로, 스파이들은 문학 작품에서 흥미로운 인물들이다. 왜냐하면 그들은 대개 훌륭한 이야기꾼들인 동시에, 정체를 숨겨야 하는 자신을 둘러싼 적들과 공감하는 능력도 뛰어나기 때문이다.”
- 베트남전쟁을 다룬 베트남 소설로 가장 잘 알려진 것이 바오닌의 <전쟁의 슬픔>일 것이다. 이 작품은 어떻게 평가하나?
“바오닌은 베트남전쟁에서 가까스로 살아남은 북부 공산주의자이자 참전용사였지만, 그의 소설은 전쟁을 끔찍하고 비극적인 낭비로 묘사한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이런 묘사는 지금껏 공산당이 그 전쟁을 영웅적인 혁명 투쟁으로 기억하고자 했던 방식과 어긋난다. 바오닌은 이 책을 출판할 수 있었다는 점에서 운이 좋았다. 나는 바오닌이, 포착하기 어려운 본질을 지닌 기억을 다루는 방식과 화자의 기억이 그가 목격한 매우 참혹한 트라우마를 숨기는 것을 중심축으로 해 작동한 방식에 특히 영향을 받았다.”
- 연구서 <어떤 것도 죽어 없어지지 않는다: 베트남과 전쟁의 기억>(Nothing Ever Dies: Vietnam and the Memory of War)에서 베트남전쟁과 한국의 관련성에 관해서도 다뤘다고 들었는데, 그 요지를 설명해 줄 수 있나?
“전반적으로 그 책은 우리가 전쟁을 어떤 식으로 기억하고 있는가에 관한 것이다. 그 책의 주장들 가운데 하나는 우리가?모든 부류의 인간들이? 우리 스스로는 인간적이며 우리의 적들은 비인간적이라고 기억하기를 좋아한다는 것이다. 내가 베트남전쟁에 대한 한국의 개입에 관한 장을 하나 넣고 싶었던 것은, 일반적으로 그 사실이 베트남과 한국 밖에서는 잘 알려져 있지 않기 때문이다. 한국 사람들은 일본 사람들, 미국 사람들, 그리고 북한 사람들이 자신들에게 행했던 그 모든 끔찍한 짓들은 기억하기를 원하면서도, 자신들이 베트남 사람들에게 행했던 일을 애써 기억하려 하지 않는데, 내 생각에 그것은 아이러니하기는 하지만 놀랄 일은 아니다.”
- 어떤 인터뷰에서 ‘정치성을 띠는 문학을 좋아한다’고 말한 것을 읽었다. 문학에서 정치의 몫과 역할은 어떤 것이라고 생각하나?
“미국 문학은 그다지 정치적이지 않은 경향이 있다. 하지만 미국 문학 가운데서도 전통적인 소수인종?아메리카 원주민, 아프리카계 미국인, 멕시코계 미국인, 아시아계 미국인? 문학은 상당히 정치적인 경향이 있다. 그들은 그럴 수밖에 없다. 왜냐하면 미합중국에서 유색인종의 존재에는 그 자체로 모든 면에서 정치적인 문제들이 흠뻑 스며 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그들의 문학은 자신들의 삶을 묘사하려 할 때 쉽사리 정치적인 주제로 방향을 틀기 마련이다. 많은 미국 작가들은 정치적 견해가 문학 작품을 망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자신들의 작품에 정치적인 문제들을 포함시키기를 꺼린다. 내가 보기에 문학의 정치성은 다루기 쉽지 않은 문제이기는 해도 도발적이고 예상치 못한 방식들로 이 세상을 폭로할 기회를 제공한다. 정치 문학은 우리가 깜짝 놀라 깨어나 우리의 세상을 새롭게 바라보게 만들고 행동을 취하도록 격려할 수 있다. 설령 진짜로 행동을 취하도록 만들 수는 없다 해도 말이다.
- <동조자>의 속편을 쓸 계획이라고 들었다. 어떤 소설이 될 것인지 소개해 줄 수 있나?
“속편은 <동조자>가 끝나는 지점에서 시작해, 1980년대의 파리에서 이야기를 이어 나간다. 내 화자는 프랑스인과 베트남인의 피가 반씩 섞여 있는데, 속편은 그의 프랑스인으로서의 유산과 프랑스의 식민지 건설의 문제점을 탐구한다.”
최재봉 선임기자
bong@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