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미경 지음/이프북스·1만5000원 “술 먹고 모텔방에 뻗어 계신 이분, 제 여친입니다. (…) 시원하게 쏴주실 용자님, 딱 세 분 초대하겠습니다.” 페미니즘 다큐 소설 <하용가>는 ‘초대남’ 사건을 초반부터 다룬다. 국내 최대 음란 사이트 소라넷에서 벌어졌던 이 일은, 바람피운 여자친구에게 복수하겠다며 한 남성이 여자친구를 만취하게 하고 온라인을 통해 집단 강간을 모의했던 사건이다. 소설은 거의 지옥을 방불케 하는 온라인 성폭력 범죄의 실상을 철저하게 여성의 입장에서 고발한다. 현실에서 평범해 보이는 학원 원장, 대기업 사원, 고등학생이 온라인을 통해 어떻게 왜곡된 성인식을 드러내고, 은밀하게 성범죄를 저지르는지 보여준다. 그들은 자신의 여자친구, 직장 동료, 이웃의 신체를 불법 촬영해 온라인에 공유한다. 또 여성을 각종 혐오적인 언어로 조롱하고 비하한다. ‘하이, 용돈만남 가능?’이라는 말의 줄임말인 제목은 우리 사회에 만연한, 여성의 몸을 성적 대상화하는 문화, 여성의 몸을 거래하는 문화를 상징하고 있다. <하용가>는 페미니스트 저널 <이프>의 정미경 전 편집장이 썼다. 정 작가는 일상에 만연한 성폭력 문화를 드러내는 데 그치지 않는다. 16년간 버젓이 운영되던 소라넷을 폐쇄시키는 데 큰 역할을 한 온라인 페미니스트들의 승리의 역사도 함께 기록한다. 특히 25살 동갑내기 기화영, 동지수, 구희준이라는 가상의 인물을 통해 성폭력과 맞서 싸우는 여성들의 연대 의식은 물론 여성들 스스로 자신의 삶을 지켜내기 위한 고군분투의 과정을 감동적으로 그렸다. 양선아 기자 anmada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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