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형, 이창호> 낸 동생 이영호씨
인터뷰/<나의 형, 이창호> 낸 동생 이영호씨
“바둑계에서 수많은 신화적 기록을 창조한 형에 대해 초인적 영웅이 아니라 평범한 인간의 모습으로 이야기하려 했습니다. 매번 주요 대국을 앞두고 긴장하고 부담을 느끼고, 또한 그것을 극복하는 모습들…, 그리고 반상에서는 적일 수밖에 없지만 반상 밖에서는 친구가 되는 프로 기사들의 숙명 같은 모습을 통해서 말입니다.”
‘돌부처’ ‘반집의 승부사’ 이창호(30·?5c사진 왼쪽)씨의 숨막히는 바둑 대국 순간과 그의 생활을 이야기로 풀어낸 <나의 형, 이창호>(해냄 펴냄)의 지은이인 동생 영호(29·?5c오른쪽)씨는 <한겨레>와 한 전자우편 인터뷰에서 “독자들한테 ‘인간 이창호’가 읽히면 좋겠다”며 이렇게 말했다. 영호씨는 인터넷 바둑사이트인 ‘타이젬’(www.tygem.com)의 중국지사장으로 5년 전부터 베이징에 머물고 있다. 그는 이 책에서 지난 8년 동안 형에 관한 기록과 기억을 꼼꼼히 정리했다. 애초 주요한 중국 원정대국 때마다 형의 통역과 매니저로서 동행하며 그때그때 일어났던 일을 인터넷 ‘이창호 홈페이지’(www.leechangho.com)에 하나둘 써 올린 것이 계기가 됐다. 그 자신도 인터넷 바둑 급수로 말해 ‘인터넷3단’이다.
영호씨는 이 책에서 형의 중국 원정대국 순간들을 중심으로 인간 이창호의 바둑 세계와 삶을 보여준다. 처음 바둑을 둔 지 19년을 넘긴 형이 1990년대 중반 이후 국내 일인자에서 세계 바둑의 황제로 등극하고 군림하기까지 되돌아보는 책은, 이창호 개인의 기록이자 세계 바둑의 흐름을 살핀 책이기도 하다. 중요한 순간마다 나타나는 인간 이창호의 극도로 조용하고 신중한 행동과 말, 성격들이 한 살 터울 동생의 눈과 손에 의해 포착됐다.
형 이창호의 인기는 중국에서 더 실감한다고 그는 말했다. “형이 중국에서 한번 움직일 때 앞뒤로 경찰차의 보호를 받고 서너명 보디가드들의 그림자 호위를 받을 정도로 인기가 높습니다. 바둑이 무엇인지 모르지만 ‘이창호’가 누군지는 알 정도이니까요.” 그의 형 자랑은 이어졌다. 이창호의 인품은 바둑 실력 못잖게 중국에서 널리 모범이 되고 있다고 한다. ”어느 중국 기자는 형이 ‘바둑계의 세계 일인자’라는 사실이 바둑을 취재하는 기자로서 자부심을 느끼게 한다고 말하더군요. 중국 위기협회(바둑협회) 천주더 주석은 바둑 행사 때마다 바둑 실력 못잖게 인격 수양을 게을리하지 말아야 한다며 형을 본보기로 꼽기를 주저하지 않습니다.”
동생의 눈에 비친 형의 장점과 단점은 무얼까. “형은 과묵하고, 말보다 행동을 우선하려 하고, 한번 내뱉은 말은 지키려 노력하는 성격입니다. 제가 볼 때 최대 강점은 스스로 마음 다스리기(마인드 컨트롤)에 뛰어나다는 점이고, 최대 약점은, 약점이라고 하기엔 그렇지만, 고집이 세다는 것이랄까요.”
그는 요즘 형이 슬럼프에 빠진 건 아닌지 걱정이란다. 어린 시절에 조훈현 선생을 목표로 공부한 형이 ‘청출어람’ 이후에 유창혁 9단한테 발목이 잡혀 상처를 입었고, 요즘엔 이세돌 9단과 최철한 9단이라는 걸출한 신예들의 등장으로 ‘위기’를 겪고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마음을 떠나지 않는다고 한다. ”최근 지에스칼텍스 배에서 최철한 9단한테 2연승 뒤 3연패한 결과는 적잖은 상처로 남을 것 같아요. 그렇지만 늘 그랬듯이 형은 승부사가 업이기에 스스로 상처를 잘 치유할 거라 생각해요.”
글 오철우 기자 cheolwoo@hani.co.kr, 사진 해냄 제공
<나의 형, 이창호> 낸 동생 이영호씨
글 오철우 기자 cheolwoo@hani.co.kr, 사진 해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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