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새난슬 지음/한겨레출판·1만3000원 아직 마흔은 아니다. 청년도 아닌, 중년도 아닌 애매한 나이 서른 후반. 2018년은 대한민국 보통 여자 ‘82년생 김지영’이 서른일곱이 되는 해다. 역시 “찬란한 휴가가 끝난 휴양지에 버려진 튜브 같은 나이”일까? 33살에 결혼해 34살에 딸을 낳고 35살에 이혼을 한 서른일곱 ‘여자’ 정새난슬은 다사다난한 그의 인생 편력의 한 시기를 거침없이, ‘러키 서른 쎄븐(Lucky 37)’이라 축복한다. 가수 정태춘·박은옥의 딸이자 본인도 아티스트인 지은이가 자신의 삶을 재치 있는 문장과 개성 있는 일러스트로 담아낸 에세이집을 펴냈다. 이혼녀·싱글맘·타투녀·평판 나쁜 엄마…. 사회가 그의 이름 뒤에 붙인 꼬리표다. 결코 쉬운 일일 리 없는 이혼, 우울증, 싱글맘의 육아, 자살 시도까지 솔직하다 못해 박력 있게 적어 내려간 그의 글은 이런 편견·금기들에 통쾌한 발차기를 날린다. ‘과거의 아픔’을 종용하는 지인들 사이에서 멀쩡하게 이혼 농담을 하고, 오르가슴이 건강에 좋다는 이야기에 데이팅 앱을 깔기도 하고, 난데없이 우는 4살배기 딸의 불만이 뭔지 추리하는 탐정이 되기도 하는 그의 ‘웃픈 일기’에는 일상 생활에서 길어 올린 다정한 단상들로 가득하다. 책은 엄마, 여자, 예술가라는 지은이의 여러 정체성을 골고루 담아낸다. 몸에 타투를 새기며 내 인생의 ‘스토리텔러’가 되기로 했다는 그의 결심처럼, 삶의 기쁨과 행복만큼 고통과 우울 또한 충실히 기록한 그의 글과 그림은 지금 불길한 터널을 건너고 있을 누군가에게 심심한 용기를 전한다. “힘들었던 때 숨죽이지 않았기 때문에, ‘이제 난 불행해서 죽는구나!’ 소란을 떨며 비명을 질렀기 때문에 힘든 시기를 잘 넘길 수 있었다.” 김지숙 기자 suoop@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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